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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안정됐다”...홍 부총리 섣부른 판단
부동산관계장관회의 발언 도마위
전문가 “집값 상승폭 여전히 높고
거래 어렵게 해놓고 자화자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집값 고점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8일 열린 제3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 진입 직전 수준이고, 지방은 가격하락 지역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실질가격 기준으로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고 발언한 것과 비교해 집값 하락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좀 더 묻어난다.

홍 부총리는 이를 그동안 정부 정책의 효과로 평가하고 “부동산 정책의 기본틀을 견지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일각에서 예상한 양도세 등 규제완화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근거로 삼는 건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흐름이다. 11월 첫째주 0.15%에서 네번째주 0.11%, 다섯번째주 0.1% 등으로 상승세가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 하락 추이나 ‘전세 매물 증가’ 추세도 시장이 고점에 도달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문 정부 들어 각종 규제가 발표된 직후엔 어김없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고, 이후 집값은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최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결코 작은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5월 첫째주부터 지난주까지 239주 동안 서울 아파트 주간 변동률은 평균 0.07%였다. 하락폭이 줄었다는 지난주 0.1%도 여전히 평균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란 이야기다.

문 정부 기간인 2017년 8월~9월, 2018년 11월~2019년 5월, 2020년 3~5월엔 주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던 시기도 있었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등의 효과였다. ‘규제강화→거래 감소→상승폭 축소→집값 반등’의 패턴이 매번 반복됐다.

홍 부총리는 또 다른 시장 안정화 근거로 경매시장에서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건수)이 11월 62.2%까지 하락해 연중 최저라는 점과 평균 응찰자수가 2.8명으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7.9%로 여전히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낙찰가율이 100% 이상인 건 경매 참여자들이 향후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감정가보다 비싼 값에 응찰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값 기대치를 나타내는 낙찰가율 지표는 생략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만 나열한 것이다.

최근 경매시장엔 아파트 물건이 귀하다.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변경(경매 일정을 미루는 것)’이나 ‘취하(채권자가 경매 신청을 철회하는 것)’가 일어나고 있다.

채권자들이 굳이 헐값에 경매로 넘기지 않고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려고 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두 매매시장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클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내년 주택시장 전망을 봐도 홍 부총리의 집값 안정화 발언은 신뢰하기 힘들다. 건설산업연구원(전국 2%, 수도권 3% 상승), 대한건설정책연구원(전국 5%, 수도권 7% 상승), 우리금융경영연구소(전국 집값 3.7% 상승), 하나금융경영연구소(수도권 집값 상승세 유지) 등 민간 기관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수도권 5.1%, 지방 3.5% 상승)조차도 내년에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과 세금규제를 강화해 주택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해놓고 나서, 정부 스스로 시장이 안정화 단계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아파트건 오피스텔이건 수만명씩 사람들이 몰리면서 집을 사려고 안달인데 누가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 집값은 곧 더 많이 튀어 오를 것이다.” 집값이 안정화 단계라는 정부 판단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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