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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인플레이션은 정권도 바꾼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오미크론으로 인해 벌어졌던 금융시장의 교란은 빠르게 수습되고 있다. 이제 다시 중앙은행의 시간이다. 당분간 중앙은행은 긴축이라는 칼을 휘두를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과잉수요에 있건, 공급병목에 있건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음주에 있을 FOMC에서는 테이퍼링의 조기 종결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정치적 파급력이 큰 이슈이기도 하다. 물가 상승은 화폐의 구매력을 잠식한다. 쉬운 표현으론 경제 활동의 코스트가 높아져, 대부분의 생활인들은 고통을 겪게 된다. 일부 학자들이 고안한 ‘고통지표’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실업률은 돈을 벌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이고, 인플레이션은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데서 파생되는 고통이다.

전년 동기 대비 6.2%나 급등했던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던 날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물가지표는 매월 발표되는 지표인데, 여기에 대통령이 격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1년차임에도 지지율이 40% 초반까지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집권 1년차에 지지율이 50%를 하회했던 어떤 대통령도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재선에 실패했던 미국 대통령은 모두 4명이다.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등이 그들이다. 이들 중 논란의 인물이었던 트럼프를 제외한 3명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해 선거에 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포드와 카터가 재선에 도전했던 시기는 1970년대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HW 부시도 1차 걸프전 직후의 국지적 인플레이션에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우선적인 임무가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연방준비제도 수장으로 파월 의장이 연임됐다. 공화당원인 파월의 연임을 가능하게 한 동력도 인플레이션에서 나왔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는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까지 금리 인상을 하면 안된다는 철학을 가진 브레이너드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브레이너드는 민주당원이기도 하다. 물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비둘기 중의 비둘기인 브레이너드를 중앙은행 수장에 임명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억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기에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파월이 낙점됐다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해 온 파월도 매파적 인사로 보긴 어렵지만, 브레이너드와 비교하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에 더 적합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고금리 세상이 열릴까? 그렇진 않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연준이 양적완화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동원해 저금리를 유지했던 이유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물경제의 정체에 대한 공포가 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연평균 실질 GDP성장률은 연율화 1.6%이다. 자본주의의 위기로 불렸던 1970년대의 연율화 성장률도 3.2%에 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 최근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활동참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고, 늘어난 정부와 기업부채는 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하다.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매파적 스탠스가 필요한 것은 향후 금리를 여러 번 올려야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긴축 지향적 발언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어주는 것이 통화정책의 코스트를 줄일 수 있는 방책이기 때문이다. 금리의 무질서한 상승은 온 세상이 부채로 덮여있는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장기적인 통화정책의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서도 지금은 매파적 대응이 필요한 국면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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