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특별기고]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통신업계, 전환점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오늘날 시대를 관통하는 단어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세우며 각 분야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탄소배출량 감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탄소배출을 위한 산업계의 노력은 ICT업계에서도 활발하다.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실질적인 탄소배출 없이 생산하겠다고 했고, 아마존은 2040년까지 전기배달트럭 10만대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네이버도 ‘2040 카본 네거티브’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며 100% 재생에너지를 전력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ICT산업의 근간인 국내 통신업계는 이 같은 바람에는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점차 증가하는 이동통신기지국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 때문이다. 올해 국내 통신 4사의 전력소비량은 9594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국가 전체 전력량의 2%에 달한다. 전력소비량은 간접 탄소배출량으로 이어진다. 통신업계가 2011년부터 8년간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은 2530만t으로, 국내 산업부문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0.53%를 차지했다. 이는 교통(0.46%), 조선(0.42%) 등 타 업종의 배출량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탄소배출량은 5G 상용화 이후 더 늘어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2018년 5G 상용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2년 만에 16% 이상 늘었다. 오는 2025년에는 한해 배출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력사용량이 해마다 5%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어 향후에도 전력사용량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 곳곳에 통신인프라와 서비스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언택트환경 속에서 스마트그리드, 원격회의 등 통신이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신장비 확대는 에너지사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LTE 무선국 수는 100만국을 넘어섰고, 5G도 16만2000여국을 기록했다. 2018년 당시 정부가 이동통신사에 부여한 망 구축의무 이행과 고객의 품질 불만 해소를 위해서는 LTE 무선국에 못지않은 수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현실적인 탄소배출 감소방안은 역설적으로 통신장비를 줄이는 것이다. 특히 국내 ICT산업 전력소비량 중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선 액세스 네트워크(RAN), 즉 기지국의 수를 줄여야 한다. 사용량을 늘리면서 장비 수는 줄인 사례는 바로 옆 나라 중국에 있다. 중국 내 2, 3위 이동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은 2019년부터 중국 전역 40만개의 5G 기지국을 공동 구축하고, 서로의 주파수대역을 공유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70억t을 줄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 덕분에 구축비용 800억위안(약 14조원)과 연간 운영비용 80억위안(약 1조4000억원)을 아낄 수 있었던 것도 큰 선물이었다.

우리 통신업계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기지국 장비의 전력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지 않는 한, 탄소중립에 통신업계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기지국 공동 구축과 주파수 공동 사용을 고려해볼 시점이다.

이상민 지속가능발전경영센터 대표이사

sjpar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