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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진의 현장에서] 산은, 쌍용차 회생 골든타임 놓치나

다시 쌍용자동차 매각이 진행 중이다. 쌍용그룹에서 대우그룹으로, 중국 상하이차에서 인도 마힌드라로 대주주가 바뀐 데 이어 다섯 번째 주인 찾기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회생법원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쌍용자동차 인수 우협대상자로 선정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번에 수차례나 더 서류 보완을 요구했다. 쌍용차 불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원매자의 실제 인수 의지와 경영정상화 능력을 더 세세하게 판단해보겠다는 의미에서다.

법원의 요구 끝에 에디슨모터스는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우선협상권을 얻어냈다. 에디슨은 이 과정에서 애초 제시했던 인수가격에서 300억원가량을 더 써낸 3100억원에 쌍용차를 인수하기로 했다. 최근까지 에디슨모터스와 에디슨EV(구 쎄미시스코) 등 전략적투자자(SI)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추가 펀딩에 나서 왔다.

이에 초반 언급되던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는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시장도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에디슨의 의지에 점차 마음을 열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새주인을 만나 쌍용차가 비로소 비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 가장 컸다.

하지만 최근 냉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회장이 인수 후 운영자금으로 산업은행 대출을 간접적으로 요청하면서다. 산은은 연달아 강경 입장을 내놓으며 에디슨을 압박하고 있다. 대출 요구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무효화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회생법원에 제출하는가 하면,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경영정상화 능력에 대한 제3자의 검증을 받아오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에디슨 측은 일단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FI가 진행하고 있는 자금모집도 목표 금액보다 많은 양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 이후 운영자금에 대해서 보유자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무리 없는 수순이라는 설명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 주채권은행으로서 실제 의중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확실한 주인에게 떠나보내야만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제3자 검증’이라는 요구조건을 달아놓은 것도 이같은 인식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주지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줄다리기에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계속해서 허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쌍용차가 이미 한 번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전기차 시장은 이미 화려하게 개화하고 있다. 에디슨은 다소 유약해 보일지라도 전기차 전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 쌍용차 직원 5000명과 협력업체 2만명에 다시 찾아온 동아줄 같은 존재기도 하다. 이동걸 회장의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작업이라) 전기차로 전환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은 그래서 더 안타깝고 공허하게 들린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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