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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남자의 ‘K-서민금융모델’ 전세계가 공유한다 [피플 & 스토리-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앱 다운로드 150만...평점 5점 만점에 4.8점
종이없는 상담창구 구축 등 ‘디지털 혁신’
비대면 등 간소화로 6646억원 ESG성과
유엔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 선정
세계 은행에서 플랫폼 공유 요청 잇따라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산 양극화’에 대한 해법을 시장에서 찾고 있다. 서 원장의 서민금융 지원 시스템은 지금 세계은행이 공유를 요청할 정도다. 이른바 ‘K-서민금융 모델’이다. 방탄소년단(BTS)와 함께 유엔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에 선정된 서 원장을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만났다. 박해묵 기자

구글플레이 앱(애플리케이션) 평가 5점 만점에 4.8점. 리뷰 1만회 돌파. 어느 핀테크 혁신기업의 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앱 이야기다. 기대도 상상도 없던 서금원의 이 혁신을 이끈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22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만났다.

이 원장은 미국으로의 첫 해외 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교민 지원 등을 위한 자리지만, ‘K-서민금융 모델’의 수출도 도모하기 위한 자리다. 이계문 원장은 “앞서 세계은행으로부터 요청이 와서 방글라데시에 서민금융 지원 체계의 디지털 혁신 성과를 공유했다”면서 “앱·챗봇, 종이없는 상담창구 구축 등 디지털 혁신과 업무 효율화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또다른 ‘K-콘텐츠의 수출’로 본다고도 했다.

다른 나라로부터 먼저 알려달라는 요청이 올만큼 실제 서금원은 앱 개발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 및 고객 만족도가 모두 증진됐다.

그는 “앱을 통해 비대면 신청이 활성화되면서 직원 45명 고용 효과를 얻게 됐다”며 “1인당 하루 13명 상담을 하던 데에서 9명 상담을 하는 것으로 줄어 다른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고객 편의도 높였다. 맞춤 대출 시 개인 정보 33개를 입력하던 것이 앱 개발 후 13개로 줄었다. 속도가 나니 맞춤 대출은 2018년 대비 4.6배가 확대됐다. 무엇보다 지점에 따라 최대 6주 가량 지연되던 상담은 비대면으로 속도를 높이면서, 이제 전국 모든 지점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상담과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서금원 앱은 개발 후 14곳의 공공기관이 벤치마크하고 있다. 공공부문 앱 가운데 300개가 다운로드 1000건이 안되는데 서금원의 앱 다운로드 건수는 150만건 가까이 된다.

이 원장은 “구글플레이 앱 평점이 아마존(4.6점) 카카오뱅크(4.3점)보다 높다”면서 “한 때 일부 지역은 지원을 신청하면 6주가 걸렸는데 지금은 적체가 없다. 비대면 효율화의 힘”이라고 전했다.

종이 없이 비대면으로 신청을 간소화하면서, 결과적으론 6646억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내게 됐다. 이 원장은 “약 875톤의 탄소배출 절감 효과를 창출했다. 이에 정책 서민금융 지원 및 컨설팅·취업지원 등 서금원의 고유업무가 지닌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전체 ESG 경영 성과는 2년간 1조 345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ESG 부문에서의 이 같은 성과는 그를 방탄소년단(BTS)와 함께 유엔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에 선정케 했다. 이 원장은 지난 9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유엔 SDGs 협회’의 리더 100인으로 뽑혔다.

올해 3회째인 글로벌 지속가능 100인 선정은 유엔 총회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1년간 전 세계 주요 리더 2000명, 주요 글로벌 기업 300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포브스 글로벌 2000, 타임 100, 월스트리트저널(WSJ) 지속가능 100, 국제상공회의소(ICC) 보고서, 각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이 바탕 자료가 됐다.

이 원장은 ESG 생태계 활성을 위한 리더십, 보편적 사회경제실현 여부, 지속가능한 금융 시스템 창출, 지속가능한 포용금융 플랫폼 구축, 서민·자영업·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에 기여한 점을 근거로 정책리더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지난 2월 공공기관 최초로 서금원·신복위 지원 모델이 유엔 사회개발위원회에서 의견서로 채택되며 정책서민금융의 사회적 가치 실현 및 ESG 측면의 우수한 금융모델임이 입증된 바 있다”며 공을 조직으로 돌렸다.

정책서민금융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스케일을 키운 비법은 이 원장의 삶과 관련돼있다. 그는 재정경제원 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를 거쳐 서금원과 신복위에 자리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보다 큰 틀에서 정책금융의 방향을 짚어낸 이유기도 하다.

금융당국과의 공감대 형성도 유독 잘 될 수 밖에 없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금융위원회와 교육부, 한국장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가 함께 청년 채무부담 경감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날이었다. 이 업무협약으로 그간 신복위 채무조정에서 제외돼있던 학자금 대출이 포함돼, 청년들이 금융채무와 학자금채무의 ‘통합 채무조정’이 가능해졌다.

이 원장은 “협약으로 학자금대출과 금융권 대출을 연체한 채무자는 한국장학재단과 신복위에 각각 채무조정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다중채무자가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경우 한국장학재단에 별도의 신청 없이도 학자금대출을 포함한 모든 채무에 대한 채무상환독촉이 중지되고 일괄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과잉지원’ 논란에 따라 발생 가능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현장을 찾아 상담에 나섰다. 125명을 직접 상담했고, 그 중에 붙잡고 우시는 분도 많았다”면서 “신복위 지원 고객의 평균 채무액이 3000만원이다. 그 3000만원을 못갚아 겪는 고초는 독촉전화로 시작해 통장압류까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1~2억 안갚으려고 파산신청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0.1% 수준일 것이라고 보고, 절대 다수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서금원과 신복위의 서민금융 시스템이 빈부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ESG 성과 측정 등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효과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역균형과 양성 평등과 같은 것들을 실천해왔지만 숫자로 측정이 어렵지 않나”면서 “우리는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퇴한 지점장 등을 재고용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엔 현금 200만원 안팎으로도 은퇴한 고급 인력 채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신 이력이 화려한 시니어 직원이라도 고객 만족도 조사 시 20~30% 하위권 직원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오랜 경제관료의 인이 박힌 때문인지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정책서민금융에서도 인공지능(AI)를 통한 서비스 정교화 등이 이뤄지면서 이에 대한 변화를 읽으려 하고 있다. 자꾸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청년 강의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금원의 지난해 금융교육은 27만2000명이 받았으나, 올해에는 32만명이 참여했다. 2019년 13만9000명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신복위의 신용교육을 받는 이도 2019년 36만8000명에서 2020년 48만1000명, 2021년 현재 45만8000명으로 증가세다. 이에 금융교육 강사 위촉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2018년 31명에서 올 10월 기준 81명으로 무려 50명이 확대됐다.

이 원장은 “2차 산업혁명 시기엔 대량생산으로 육체노동자가 어려워졌지만 4차산업혁명 시기엔 지식인이 어려워진다”면서 “규제때문에 AI가 파고들지 못하는 일자리에 있는 지식인이 규제가 풀릴 경우에도 대체 불가능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공감할 수 있는 인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수장을 맡은 기간 정책서민금융은 판이 커졌다. 햇살론유스, 햇살론15 등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올해 10말 기준 대출 공급잔액은 7조8426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포용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물리적으론 기대만큼 성장하진 않았다. 원금상환 유예 조치와 주요 정책금융이 다 같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정책금융 지원의 건전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후 금융당국 및 정책기관들의 경계감이 부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여전히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어렵고 곳곳에서 채무 탕감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한국 서민금융이 K-모델로 타국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견고하다”면서 “이제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이 우리에게 거꾸로 노하우를 묻는 때가 왔다”고 전했다.

정리=성연진·박자연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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