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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범죄로 번지는 ‘층간소음’···“‘회복적 사법’ 통한 경찰 대처 중요”
층간소음 상담 매년 급증···올해 9월까지 총 24만1079건
전문기관 상담 외 형법 개입할 법적근거 없어
전문가들 “당사자간 이해 통한 중재가 중요···형법 제정은 과잉대처”
2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인천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하는 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중범죄로 번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층간소음 분쟁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없어 경찰 대처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이 중범죄로 악화되기 전 당사자들 간 화해와 조정을 통한 사건해결과정이 경찰 역할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층간소음으로 인한 신고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경찰에서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신고건수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층간소음은 시스템상 별도로 신고건수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공단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전화상담 건수가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발표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2021년 3분기 운영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층간소음과 관련한 전화상담 신청 건수는 총 24만1079건이다. 구체적으로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 2019년 층간소음 전화상담(온라인 및 콜센터) 건수는 2만6257건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듬해인 2020년에는 4만2550건의 상담이 접수돼 2만건 가까이 급증했다.

경찰에선 층간소음으로 신고가 들어와도 폭행이나 주거침입, 명예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개입이 어렵다. 지난 2014년 시행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이하 공동주택층간소음규칙)에선 욕실,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하고 세대 안에서 뛰거나 텔레비전 소리를 키우는 등 직접충격·공기전달 소음 등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층간소음의 범위로 두고 있다.

올해 7월 시행된 소음·진동관리법에서도 층간소음의 피해 예방 및 분쟁 해결을 위해 전문기관으로부터 층간소음의 측정, 피해사례의 조사, 상담 및 피해조정지원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돼 있을 뿐, 형법을 적용할 근거는 없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이 중범죄로 번지기 전 경찰이 당사자들을 이해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회복적 사법’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회복적 사법이란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 사법기관 관련자 등 범죄사건 관련자들이 화해와 조정을 통한 사건해결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관련 당사자들의 재통합을 추구하는 일체의 범죄대응 형식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 층간소음만으로 형법을 만드는 것은 과잉 조치”라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협박, 주거침입, 명예훼손 등으로 심화되기 전 당사자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회복적 사법’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개입하기 전 주민자치공동체를 활성화 해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도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지난 15일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승재현 연구위원은 “층간소음에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며 “가령 소음으로 인한 피해자가 소음을 발생시킨 이에게 여러 차례 항의 방문이나 문자를 했을 때가 그렇다. 이 경우 지속적인 항의를 받아온 이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해 스토킹처벌법으로 신고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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