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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지역 소멸’ 지역 과학기술대학 통해 막아야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

‘서울엔 내 쉴 곳 없네...’

어느 일간지 기사가 마음을 울렸다. 서울, 국가는 왜 그럴까 생각해 봐야 한다. 서울에 쉴 자리가 없어서 지역에 눈을 돌려 봐도, 일자리가 없다. 지역에서는 각자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지역 소멸에 대한 토론을 열고 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2047년이면 지자체 17곳 중에서 15곳에서 500만명이 감소하고, 일부 지자체는 2017년에 비해 23%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인구는 이미 전체인구의 50%를 넘었다.

대학 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고교를 졸업한다. 오는 24년이면 20%가 정원 미달이다. 그래서 대학 정원도 조정 되야 한다. 그러나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어렵다. 교육부 평가를 통해 보조금으로 정원 조정을 유도한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은 걱정하지 않는다. 서울은 학생도 많지만 시골에서도 서울로 서울로 진학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대학평가는 3년 전과 달리 권역별 평가로 전환됐다.

지역이 소멸하면 수도권도 행복할 수 없다.

농촌이 없어지면 서울 거주자가 농촌에 와서 농사를 지어 식생활을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농산물 가격이 하늘까지 치솟을 것이다. 인구소멸 위험이 큰 기초지자체 89개소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2022년부터 매년 1조원씩을 10년간 지원을 하기로 했다. 경제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정책으로 소멸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 전공자로 지역에서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을 제안한다.

한국에는 다행스럽게도 정부 정책으로 동쪽으로는 포항공대, 대구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이 설립됐다. 서쪽으로는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그리고 2022년 개원하는 한국에너지공대가 있다.

이같은 과학기술 연구중심대학을 통해서 지역에 고급 일자리를 창출, 여기서 공부하면서 지역의 풍족함을 느껴 본 학생들, 젊은이들이 쉴 곳이 없는 서울로 회귀하지 않았을수 있다. 입학 당시 꿈과 미래의 삶을 지역에서 키워나가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GIST) 설립, 개원 초기부터 같이 했던 필자가 지금까지 느꼈던 경험을 통해 제언한다. 지스트 초창기에는 많은 학생이 수도권에서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대부분 대전 위쪽에 있는 직장을 찾아 갔다. 대기업이 주로 대전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광주에는 그런 인력을 잡아둘 그릇도 없을 뿐 아니라 동기도 찾기 어렵다. 과학기술대학을 원해서 지역에 있는 대학을 입학했지만, 직장을 다니고 생활을 꾸릴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역은 성장하지 않는다. 이는 지역소멸과 직결된다.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달걀로 바위 치기일 수 있으나, 삶의 행복을 찾는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지역 및 국가 개조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대기업 지역 이전은 꿈꿀 수 없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향 제시가 필요하고, 그 방향이 국가 개조에 절대적이면서 지역 소멸을 해결할 수 있다면 국가 예산, 정책, 규제 보완이 함께해야 한다.

서울에 집중된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은 대부분 과학기술 관련 우수 인재들이다. 과학기술 연구소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들도 중복된다. 이와 같이 경쟁력 있는 우수 인력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연구소들이 지역 산업과 연계돼야 한다.

지역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과학기술대학의 고급 인력들이 남을 수 있는 그런 그릇이 되면 바람직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국책연구소의 분원이 각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이와 연계하는 것도 좋다. 또 주변 혁신도시에 고급 일자리가 있다. 지역 학생들에게 채용인원의 30%를 할애한다.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은 우수한 학생이 응모하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지역에 위치한 과학기술 연구중심대학 학생 일부라도 뿌리 내렸으면 한다. 이러한 일들은 지자체와 지역 리더들의 몫이기도 하다.

지역 회사들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다. 지역은 대기업의 제조 산업의 현장이고, 하청 기업만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지역이다. 그 중소기업들의 급료는 고급인력이 남을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자체에서는 고급 일자리 벤처 창업을 할 수 있는 자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지역의 리더들이 ‘왜 지역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과학기술대학의 학생들이 지역에 남지 않나’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지역에서 공부하고 있는 6개의 과학기술대학의 학생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수 인재가 남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초창기 광주에 광산업을 설계, 유치에 성공했다. 중소기업을 양성했으나, 많은 기업들이 수도권으로의 진출로 만족했고, 광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없다. 연구개발면에서는 한국광기술원과 고등광기술원으로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고급 광산업으로의 전환과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광주는 광주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산업을 정부에 건의, 준비중이다. 조성단지의 준비부터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도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 아무리 인력을 양성해도 지역에 머무르지 않으면 인공지능 산업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잘 취합된 데이터센터가 광주에 있다고 해도, 기업의 물리적인 공간이 여기에 남아 있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인공지능 산업은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광주에 위치한다고 기업이 센터 옆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결국 광주지역 기반 시설 조성을 포기하고 미래 산업을 유치했다고 떠들었던 그때의 열망은 사라지고, 패배와 실망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가 과제 수주는 지역기업을 우선으로만 하지 않고, 실력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수포로 돌아 가지 않을까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지역에서 기획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지역 과학기술대학 출신 졸업생의 창업 DNA를 자극시켜, 그들을 미래산업에 적극 참여시키면 어떨까? 그런 정책과 방향이 논의 되기를 기대한다.

대기업 지방 이전을 법인세 등 당근으로 적극 유도하고, 우수 인재들이 원하는 수준의 급료를 맞춰야 지역에 남는다. 또 그들이 지역에 남아 우수 일자리를 만들게 하는 동기부여도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용 벤처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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