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눈에 읽는 신간]“정치는 곧 언어행위”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외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김선욱 지음, 한길사)=“거짓말은 종종 현실보다 더 그럴듯하며 이성에 더 호소력을 갖는다. 왜냐하면 거짓말쟁이는 자신의 거짓말을 듣게 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나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알고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한나 아렌트는 거짓 정보가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성을 지적, 사실의 중요성과 시민의 책무를 강조했다. 아렌트의 사상과 저서 전체를 관통하며 아렌트의 사상을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한 책은 단편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아렌트의 전체상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이끈다. 숭실대 철학과 교수이자 한국아렌트학회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아렌트가 정치적 책임의 문제를 철학적 사유를 통해 풀어내게 된 때를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여한 뒤부터로본다. 책은 아렌트의 정치개념을 이해하는 내용으로 구성, 정치사상의 핵심인 정치적 자유개념, 법, 혁명, 시민불복종에 이어 아렌트 사상의 정점이랄 판단 문제를 짚는다. 저자는 아렌트의 주제를 한국사회에 연결해 행복, 팩트, 프라이버시, 용서 등의 주제를 이어간다. 책애는 리처드 J.번스타인, 아렌트의 마지막 조교이자 아렌트 유고 출판을 주도해온 제롬 콘과 인터뷰한 내용도 들어있다. 아렌트는 “정치 행위는 곧 언어 행위”라고 봤는데, 정치적 사안에 대해 쏟아지는 말과 글의 소란스러움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겼다. “소란의 중지는 곧 정치의 중지”이며, 이는 곧 자유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아렌트의 지적은 한국의 정치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역사의 원전(존 캐리 편저·김기협 해설 및 옮김, 바다출판사)=2500년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보고 싶은가? 불타는 로마? 여왕 메리의 처형? 혹은 타이태닉호의 침몰? 터키의 목욕탕? 궁금한 건 다 있다. 인류사의 주요 역사의 현장을 직접 지켜본 목격자들의 순수한 현장기록서인 ‘역사의 원전’은 BC 430년 아테네 역병에 대한 투키디데스의 기록을 시작으로 181개의 역사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부분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일부는 인간의 내면의 풍경과 변화를 담은 의미있는 기록들도 포함돼 있다. 또한 다급한 현장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르포타주뿐 아니라 이후 숙고된 시각에서 쓴 글도 포함됐다. 플라톤이 기록한 BC 399년 소크라테스의 최후는 인류 최고 지성의 담담한 죽음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전하며, 타키투스의 불타는 로마의 전경은 영화로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좀 다르다. 화재는 가연성 상품을 파는 가게에서 시작돼 원형광장을 휩쓸고 동네로 번져가면서 로마 열네 구역 중 열 구역이 초토화된다. 화재로 많은 시민이 죽고 이재민이 발생하자, 네로는 아그리파의 공공건물과 자신의 정원을 개방, 수용시설을 만들고 식량을 운송해 낮은 가격에 곡식을 공급하는 구제를 펼쳤다. 그러나 감사하는 이들은 없고 그가 과거의 재앙과 비교하며 트로이 멸망의 노래를 불렀고, 자기 이름을 붙인 새 도시를 건설하고 싶어한다는 풍문만 떠돌며 험악해진다. 이번 책은 15년 만에 재발행되는 것으로 각 사건의 장면을 담은 진귀한 도판 100여장을 새롭게 추가하고 올칼라로 시각적 몰입도를 높였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송희구 지음, 서삼독)=“내가 산 아파트가 지금 두 배가 됐어.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다 알려줄게.”“지금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세컨드라이프가 진행되고 있어요. 김 부장님 정도면 위로금 2억이고, 내년이면 위로금이 1억으로 내려가….” 왠지 익숙해보이는 풍경이다.직장인들이 밥 먹으면서, 담배 피우면서 하는 얘기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이 하이퍼리얼리즘 스토리는 ‘2021년판 미생’으로 불릴 만하다. 부동산이 화제의 중심이란 점이 세태를 반영한다. 삼겹살 회식을 사랑하는 오십대 꼰대 김 부장, 투자와 회사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송 과장, 유들유들 분위기 메이커 정 대리, 성실하고 고민 많은 권 사원까지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부동산 폭등과 강제은퇴와 월급노예, 끊어진 사다리에 대한 직장인들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번 ‘송 과장 편’은 투자의 고수 송과장이 주인공이다. 사원부터 전무까지 모두의 부동산 멘토인 송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펼쳐진다. 어린시절 달동네를 전전하던 가난한 삶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20대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까지, 스스로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송 과장의 웃음과 고난의 성장스토리를 담았다. 투자의 세계로 눈을 돌린 결정적 계기는 아버지의 친구가 토지 보상을 받아 하루아침에 60억 거부가 되면서. 웃음과 씁쓸함으로 직장인의 가슴을 폭격하는 이야기는 내 상사, 나의 아버지, 내 이야기여서 울컥한다는 이들이 많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