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나노사회 소비 양극화…‘최애템’엔 서슴없이 지갑 연다” [P-코노미가 온다 2022 컨슈머포럼]
‘트렌드 박사’ 이준영 상명대 교수가 본 2022 소비
코로나 비대면, 소비 원자화 가속
SNS 알고리즘에 따른 취향 편향
니치마켓 스타트업 더 많은 기회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7일 열린 ‘헤럴드경제 2022 컨슈머포럼’에서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코로나가 바꾼 소비 트렌드, 그 이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스타트업 등에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으로 봤다. 박해묵 기자

“2022년은 포스트 코로나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원년입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이고, 시의적절한 비즈니스 피보팅(Pivoting)과 온·오프라인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헤럴드경제 컨슈머포럼’에서 ‘코로나가 바꾼 소비 트렌드, 그 이후 전망과 시사점’을 주제로 기조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매년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트렌드코리아’의 공저자로, 트렌드 분석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취향이 세분화되는 나노사회를 가속화시키고, 코로나 이후 격랑이 치는 시대 속에서 스타트업 등에는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 ‘혼○’의 나노사회가 왔다=1인 가구는 한국에서도 30%가 넘었고, 전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다. 바야흐로 ‘일(1)코노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인구 구조의 변화는 시장 트렌드를 바꾼다”며 “소비의 개인화, 원자화가 진행됐고 대면소통이 어려워진 코로나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나의 트렌드를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는 말은 나노사회를 잘 보여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인맥 중심이 아니라 각 취향 중심의 ‘태그니티(해시태그와 커뮤니티의 합성어)’가 대세다. 이 교수는 “사람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면 니치마켓(틈새시장)이 열리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돼 스타트업에는 많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SNS가 발달하면 소통이 더 잘될 것 같지만 오히려 알고리즘에 따라 취향이 편향되는 현상도 심화되는 중이다. 이에 이 교수는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세렌디피티’의 가치가 필요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다양성과 체험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트렌드 역시 개인의 만족을 극대화시키는 소비에 열광하면서, 사회·경제적인 양극화를 넘어서 개인의 소비 함수 내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교수는 “마트에서 싼 가격을 찾아 헤매지만, ‘최애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가심비, 플렉스 등이 떠오르면서 8만원짜리 에르메스 립스틱은 잘 팔리지만, 어정쩡한 가격대는 오히려 환영을 못 받는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넘어서 고객의 디지털 경험까지 관리=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최고의(best)’에 대한 전세계 검색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저렴한(Cheap)’의 검색량은 감소했다. 이 교수는 “최고라는 단어는 여러가지를 내포하는데, 비싼 가격, 인스타그래머블, ‘득템력’을 통해 어려운 것을 가졌다는 성취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조사에서도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고, 가성비 소비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득템력이란 갖기 어려운 것을 가졌다는 즐거움, 성취감이 내포돼 있다. 그는 “명품회사의 의도적인 웨이팅 전략, 래플, 드로우 등 지불할 수 있는 능력 있다고 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 제품에 대한 열망을 진정성 있게 보여줘야 살 수 있다”며 스타벅스의 다이어리 마케팅도 예로 들었다.

아울러 소비트렌드의 변화로 이 교수가 주목한 것은 ‘좋아요’에 주목한 커머스, ‘라이크(Like) 커머스다. “온라인쇼핑 1.0이 B2C 이커머스라면, 2.0은 C2C와 같은 라이크커머스입니다. 2.0시대는 소비자들끼리 연결이 되고, 소비자가 판매자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기획, 제작, 협업까지 모두 다합니다.”

기존 기업의 입장에서도 파이프라인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로 옮겨오면서 CX(Customer Experience)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 교수는 “나이키는 아마존과 결별하고 나이키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독점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고, 운동 영상, 오프라인 트레닝 세션 등 교육적인 욕망도 만족시켜준다”며 “차별적인 디지털 CX를 잘하고 있는 회사로 도미노피자도 꼽을 수 있는데, 이 회사는 2009년 이후로 주가 상승률이 3000%가 넘는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가치 버릴 수 없다=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클래스를 열었다. 와인 클래스도 있고, 체르노빌 원전의 강아지를 만나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교수는 “오프라인 공간에 가지 못하지만, 오히려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기업의 대응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시적 관점에서 코로나로 인한 변화에 적응하는데 2, 3년이 걸리고 이후 뉴노멀(New Normal)이 정착되게 된다. 시니어세대도 비대면이 가진 편리함을 경험해 온라인의 효율성은 계속 가져가지만 절대로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가치가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이전의 복귀도 아니고, 코로나 기간의 유지도 아니고,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의 가치는 일례로 넷플릭스에도 통한다. 넷플릭스의 뛰어난 개인화 알고리즘은 디지털 록인(Lock In)은 계속 높일 수 있지만 새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넷플릭스는 건물 밖으로 나가 옥외광고판에 집중하고, 옥외광고회사를 통째로 사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실제 폭발 상황같은 옥외광고나, 강남역 한복판에 우주선이 불시착한 콘셉트의 ’승리호‘ 조형물처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성적인 측면에서 오프라인만이 가지는 즐거움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