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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거리엔 노마스크...식당·공공시설 백신패스는 필수”
‘위드코로나’ 한국보다 앞선 이탈리아
세계 최초 해부학 실험 의학분야 선진국
한국과 인구·경제수준·백신 접종률 비슷
위드코로나 전환 후 확진자수 7000명대
한국도 어떤 방법이 좋은지 선례 삼아야
이탈리아 밀라노 상점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제약·바이오 컨퍼런스인 ‘CPhI 2021 Worldwide’ 현장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한국관을 둘러보고 있다. 손인규 기자

[밀라노(이탈리아)=손인규 기자] “보시다시피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기처럼 식당과 같은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백신 패스(접종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증명서를 보여주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어려운거죠. 강력한 조치이긴 합니다만 모두의 안전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의 협조는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카페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로렌조(35)는 이탈리아의 방역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길을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식당, 지하철, 박물관 등 공공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더 많았다. 기자가 이탈리아 현지에 머무는 동안 여권을 보여달라는 요구는 공항에서만 있었을 뿐 시내 곳곳에서 시설을 이용할 때는 접종증명서를 제시해야만 했다.

▶한국과 인구·경제·백신 접종률 수준 비슷...6월부터 위드코로나 시행=지난 6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들어간 이탈리아는 한국과 인구 수(이탈리아 6000만명, 한국 5200만명)나 경제 수준(GDP 순위 7위와 9위)이 비슷하다. 특히 1300년대 세계 최초로 인체 해부가 시작됐을 정도로 의학 분야에 있어 앞선 나라다. 의약품 분야에서도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많은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제약산업을 고부가가치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밀라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컨퍼런스인 ‘CPhI 2021 Worldwide’가 개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두 나라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백신 접종률이 모두 70%를 넘으며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5개월 정도 앞서 위드코로나를 시작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상황은 한국에게 위드코로나의 올바른 방향을 잡는데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해 초 코로나19 초창기 유럽에서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다. 한 때 하루 확진자가 4만명을 넘기도 했다. 강형식 주밀라노 총영사는 “당시 사망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와 시체가 처리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제가 여기에 부임하기 전이라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로 1년 만에 상황 반전...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안해=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탈리아는 인구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레드-오렌지-옐로우-화이트’ 4단계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밀라노는 가장 낮은 화이트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이탈리아는 1년 만에 이런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

강 영사는 “결국 높은 백신 접종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코로나 초기에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방역을 가장 잘 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탈리아의 백신 1차 접종률은 78%, 2차까지 접종률은 72%에 이른다. 지난 4월부터 백신이 도입됐는데 빠른 접종으로 성인 대부분은 백신 접종을 마쳤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시설에 대해 백신 패스를 의무화하고 있다. 식당, 대중교통, 박물관 등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사기업에도 백신 패스를 적용 중이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도 출근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강 영사는 “어찌보면 매우 강력한 조치인데 여기는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사회주의 성격이 강해 이것이 가능해 보인다”며 “이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높은 점(70%)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는 강력한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대신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감염 우려가 낮은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익숙해진 듯 보였다. 강 영사는 “풀어줄 것은 풀고 막을 것은 막는 전략이 잘 통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위드코로나를 시작한 한국도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은 시설 이용시 QR코드로 방문기록을 남겨 확진자가 발생하면 추적하는 사후 시스템인 반면 이탈리아는 백신 접종 증명으로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다만 국내에서 이런 방식은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어 도입하기 조심스러울 수 있다.

이탈리아는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하루 7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위중증 입원률도 1~2% 정도에 사망자도 하루 50~60명으로 한국보다 많다. 강 영사는 “하지만 예전처럼 락다운으로 갈 거라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도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한국과 이탈리아의 상황은 달라 여기 방식을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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