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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반도체 패권 격돌, 韓 샌드위치 신세 될까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전경[출처 삼성전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도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생산, 판매에서 미중 양국 모두 비중이 큰 국내 업계로선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 같은 미중 패권 경쟁은 격화될 조짐이라,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생존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정상은 16일 오전 9시 45분께(한국시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사전부터 “직접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강조한 만큼 극적인 화해보단 양국의 입장 차를 재차 확인하는 내용이 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반도체 분야다. 미중 정상회담 전부터 양국은 반도체 패권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인텔이 중국 청두 공장에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웨이퍼 생산을 늘리려던 계획을 변경한 게 대표적 예다. 업계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로 해석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5.1%에서 지난해 31.2%로 크게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24.9%, 26.3%로 미주(28.2%, 28.6%)에 비해 낮았지만 올해(3분기 누적 기준)엔 30.2%로 미주(29%)를 추월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역시 중국에 집중돼 있다. 중국 시안에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우시에서도 SK하이닉스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 IC가 D램 등을 생산 중이다.

특히 연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기로 한 SK하이닉스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10나노급 미만 반도체 생산을 위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입이 미국의 견제로 사실상 가로막히면서 중국 우시 공장 첨단화가 늦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을 무시할 수도 없다. 미국은 반도체 강국으로 특히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개발 전문회사)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생산 시설은 중국에 집중돼 있지만 기술 개발 분야에선 미국이 중요하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전경[출처 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에 20조원 규모의 최첨단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방미 일정에도 이 같은 투자가 확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부회장 방미 일정에 미중 정상회담이 겹치면서 삼성전자로선 한층 더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자칫 미중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분야에 이견이 격화되면 중국 시장을 배제할 수 없는 삼성전자로선 미국 내 대규모 투자 확정이 부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인텔을 제재하는 걸로 봤을 때 우리 기업들이 추가로 생산시설 짓거나 인수합병을 하는 등 쉽게 중국에 추가 투자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표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반도체 기업의 친(親) 미국 행보를 압박하는 흐름이다. 올해 들어서 미국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회의를 수차례 개최했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에만 4차례 회의에 호출됐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첨예한 반도체 패권을 다투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웨이퍼 생산량이 엄청나고 반도체 생산 장비들을 수입해오는 상황에서 들여오는 것도 많다”며 “다양한 대외 변수를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모두 반도체 산업에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제재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왕휘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잘못 건드리면 예상하지 못한 다른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 역시 선언적인 의미에서 대중 견제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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