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자 “겪지 않아도 될 일 경험한 사람 있다는 걸 기억해 주길”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1785명 찾아…26.5% 고위험군
포항 지진 피해 12만여건 접수, 구제 계속 진행 중
포항시 북구에 있는 흥해초등학교는 포항지진 당시 건물이 심하게 파손됐다. 이후 학생들은 새 학교 건물이 만들어지는 2년 동안 운동장 한편(오른쪽)에 설치된 컨테이너 교실 에서 수업을 들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던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4년.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지진 등 지금까지 700여회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수능을 엿새 앞둔 지난 12일 오전에도 규모 2.1 지진이 일어났다. 포항 주민들과 지진을 겪었던 이들에게 흔들림의 공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같은 포항 내에서도 진앙지 인근인 북구 쪽 피해가 컸다. 15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지진 경험자들은 아직도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있었다. 당시 흥해읍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 유학(遊學) 중이었던 이모(27) 씨는 “기숙사에서 버팔로 떼처럼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뛰처 나와 운동장에 모여 벌벌 떨었던 것, 그날 나눴던 얘기들까지 한 장면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눈 앞에서 지진으로 인한 균열을 본 뒤 이씨는 집을 고를 때 필로티 건물과 진동이 느껴지는 지하철 역 인근을 피한다. 다른 재난 피해자들도 더 이해하게 됐다. “(4년 전 그때) 가족들로부터도 우리의 두려움을 공감 받지 못해 카톡으로 친구들끼리 위로했었다”며 “겪어 본 사람들이라도 그때를 기억하고 미래에 있을 또 다른 재난 재해의 당사자들에게 공감해 주자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흥해초등학교 교사 A씨는 “아이들도 당시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하루 세 끼를 해결하고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진으로 건물이 파손돼 다른 학교 교실과 컨테이너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전쟁 같은 시간을 겪었다”며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누군가는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복구가 많이 돼 지진의 흔적이 사라졌지만 저학년 중에선 흔들림을 무서워하거나 유치원생 때 겪은 지진의 기억을 너무나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아이들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7년 11월 포항 지진 이후 학교 건물 대신 임시 공간에서 등교했던 포항시 북구 흥해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독자 제공] |
지진 피해 시민들의 심리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에는 아직도 하루 30~50명의 시민들이 방문한다. 지금까지 1785명이 지진 관련 상담을 받았다. 센터는 이들 중 26.5%(473명)를 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으로 파악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지진 발생 후 2년 뒤에 생겨 사실상 만성화되신 분들이 많이 오신다. 기본적으로 과민 증상이 많고 심하면 공황장애를 보이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센터는 열려 있으니 당시 일을 그저 감내하시지 말고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 2019년 3월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촉발지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포항 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포항 지진 특별법)을 제정했다. 국무총리 소속 포항 지진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7월 포항에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사업 수행자와 관리·감독자들의 업무상 과실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
포항 지진 특별법에 따라 출범한 포항 지진 피해구제심의위원회는 2020년 9월 2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12만6071건의 피해를 신청받았다. 지난달 29일 기준 심의위는 8차례에 걸쳐 5만1960건에 대해 피해 구제를 결정하고 1923억원을 집행 중이다. 건당 평균지급액은 412만원, 피해 인정률은 96.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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