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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비 왜 올랐나 봤더니” 고객이 기사 보험료·벌금까지 내줬다
배달·택배노동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청와대 앞에서 열린 라이더보호법 제정, 배달·택배안전운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여의도 국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식당이 배달라이더 보험료까지 내주는게 맞는 건가요?” “어쩔 수 없습니다, 배달팁이나 음식값 높여 받아야죠.”

플랫폼 노동자들을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배달라이더들의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면서, 음식점주와 일반 고객의 배달 서비스 이용료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이더나 대행사가 내야 할 비용을 왜 전가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플랫폼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영업하고 있는 일부 배달대행 사무소는 음식점주에게 청구하는 배달비용을 기존 3400원에서 43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최근 통보했다. 기존까지는 배달비 3300원에 플랫폼이용료 100원을 더해 청구했는데, 배달비를 4000원으로 높이고 플랫폼이용료 및 보험료 명목으로 300원을 더 받겠다는 것이다. 보험료에는 산재보험, 고용보험뿐만 아니라 벌금 충당을 위한 금액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자영업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배달라이더와 라이더를 거느린 사무소가 내야 할 비용을 왜 서비스 이용자인 식당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음식점주는 “위로는 플랫폼에 이용료를 내야 하고, 아래로는 배달라이더들의 경비까지 책임지라는 것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123rf]

문제는 식당에게 전가된 라이더 보험료 부담이 음식값이나 배달팁(고객이 내는 배달이용료)을 통해 일반 소비자의 부담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음식점주들은 “결국 배달팁을 높일 수밖에 없겠다” “배달팁을 높이면 매출이 줄어드니, 음식값에 녹이는 게 낫다” 등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배달대행사무소가 라이더 보험료를 식당에게 청구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배달라이더를 포함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노무 행정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특고 직종의 산재보험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라이더 한 명당 한 달에 3만원가량의 비용을 사업주와 라이더가 나눠 부담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고용보험 가입도 의무화된다. 사업주와 라이더가 각각 라이더 매출의 0.7%씩을 내야 한다.

배달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 자체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라이더 수익이 정확히 집계됨으로써 라이더로선 소득세가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배달 인력을 잃지 않으려면 배달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제공자의 몸값이 높아진 만큼, 서비스 이용자에게 청구되는 비용도 함께 높아져야 정당하다는 것이다.

보험료 외에도 플랫폼 노동자들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음식점주 및 고객의 배달 서비스 이용 부담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8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라이더보호법(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개정안)’은 라이더들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달료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요금 수준을 해마다 검토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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