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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현동 가는 ‘이건희 컬렉션’…문화격차 해소 위해 네트워크 뮤지엄 도입”
문체부·서울시, 이건희 기증관 건립 업무협약
"균형 발전 지적 마음 아파…지역 거점 통해 상설전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중 김환기의 ‘산울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올 한해 미술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건희 컬렉션’을 품을 기증관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터를 잡으며, 새로운 ‘문화명소’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문화시설 집중으로 인한 지역 반발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네트워크 뮤지엄’을 도입해 문화 격차를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오전 종로구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가칭)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송현동 일대가 세계적인 문화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 사이에 있다. 장소성·접근성·연계성·활용성·경관 및 조망성 등 6개 평가 결과 후보지로 오른 용산보다 2.5배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체부는 송현동을 이건희 기증관 부지로 확정하며 “20여개 박물관, 미술관이 밀집했고,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등 인접한 문화·관광 기반 시설이 탄탄하며, 도심 내 입지해 도보와 대중교통 접근성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황희 장관은 “이건희 기증관은 대규모 기증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는 거점이자 인근의 다양한 문화예술 관광 인프라와의 연계를 통해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새로운 융복합 박물관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송현동 일대와 광화문을 미국의 워싱턴DC의 내셔널몰(National Mall),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 Island) 같은 세계적 문화 관광 지구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전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건희 기증관이 건립되면 광화문 송현동 일대가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과 오세훈 서울 시장(왼쪽부터)이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건희 기증관은 “독립적 미술관”으로 운영된다.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기증품은 다시 이곳으로 모인다. 황희 장관은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눠져 있지만 기본적 취지가 국가에 기증한 것이므로 하나의 박물관에 모아서 함께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술계 일각에선 유족 측이 시기, 장르, 성격에 맞게 양 기관으로 구분해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한 것을 다시 한데 모으는 것은 기증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박도 나온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과거 미술관과 박물관은 모둠식, 종합식으로 운영했으나 현재는 시대별, 장르별 세분화가 세계 미술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며 “통합관 건립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문체부와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의 생각은 다르다. 황희 장관은 “기증품은 특정 시대, 장르, 영역에 특화된 것이 아닌 이 모두를 아우른 방대한 명작인 만큼 이를 한데 모으는 것이 기증자의 뜻을 잇고 기증관의 의미를 살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나 국가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장은 “만약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어떤 작품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대여가 가능하고 기증관에서도 필요 작품이 있으면 원활하게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기증관은 수평적, 독립적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간 기증관 후보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지역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뮤지엄’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문화계에선 우리나라 문화시설의 4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지역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이건희 기증관’은 지방에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황 장관은 “지방 문화 향유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지적은 정부 입장에서도 가장 마음이 아프다”라며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했다. 지방의 문화 향유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는 문화예술위원회 예산의 70%가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지만. 온전히 지방으로만 흐를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광주 아시아문화전당과 청주 개방형 수장고, 대구 시내 옛 경북도청 건물 등 기존 문화시설을 활용한 지역 거점에서 1~2개월 정도의 상설 전시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문화시설이 건립되는 지역은 창원”이다. 아직 공연, 전시를 포괄한 복합문화공간일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단일 형태의 문화시설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시설의 구체적 운영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모두 ’구상 단계‘이며, “지방 순회 전시에선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선 볼 수 없었던 리움의 소장품도 전시된다”는 것만 확정된 상태다.

문체부와 서울시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기증관 건립을 위한 부지 교환 절차에 착수하고, 준비단을 구성해 건립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대한항공 소유인 송현동 부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여 서울시와 소유지(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맞바꿀 예정이다. 세부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이후 문체부와 서울시가 업무협약을 맺어 이 땅을 다른 국유지와 맞교환해 기증관 건립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 이후 내년 하반기 국제설계 공모 절차에 돌입, 2027년 완공·개관할 계획이다. “기증관의 건축미도 중요한 요소”인 만큼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생각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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