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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령인구 감소에…핼러윈에도 밀린 ‘수능의 굴욕’
17년째 이어져온 ‘비타 500 수능 캠페인’도 실종
수험생 상품 관련 검색어 2년 전 비교 4분의1 토막
“수능 마케팅 점점 축소 분위기”
수능 마케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국이 수능 몸살을 앓던 게 옛말이 되고 있는 것.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문구점에 수능 응원 용품들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채 2주도 남지 않았지만 수험생을 상대로 한 ‘수능 마케팅’이 실종됐다. 수능 한 달전부터 건강기능식품에서부터 과자, 합격떡, 합격 초콜릿, 화장품까지 너나 할 것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TV 광고에서 쏟아졌던 수험생 타깃 마케팅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

학령 인구가 갈 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핼러윈이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수능 마케팅의 실종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수능 선물을 주고 받던 문화가 사라진 것도 수능 마케팅의 실종에 한 몫 했다.

‘수능이 언제지?’…자취 감춘 수능 마케팅

5일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올해 네이버에서 ‘수험생 선물’을 검색한 비중은 지난 2019년 11월 검색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19년 수능 식품, 수능 영양제, 수능떡, 수능 초콜릿을 키워드로 포함한 수험생 선물 검색 비중을 100 정도라고 했을 때 2020년(11월 29일 기준)에는 79, 올해는 25로 급감한 것이다.

업계에서도 수험생들을 대상으로한 마케팅을 대폭 축소했다. 매년 수능 한 달전부터 ‘비타500 수능캠페인’을 펼친 광동제약은 올해는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지난 2004년부터 이어져온 이 캠페인은 네티즌이 보낸 수능 응원메시지를 집계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고교에 비타500을 선물하는 대표적인 ‘수능 마케팅’으로 손꼽혔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도 올해 별다른 수능 마케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KGC인삼공사는 수능 한 달을 앞두고 ‘수능 D-30 기획전’을 마련해 정관장 온라인몰에서 최대 76%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는 파격 행사를 펼쳤다. 그런데 올해는 수능 100일 앞둔 8월에 ‘아이패스 H 100’ 세트를 출시한 것에 그쳤다.

학령인구 감소…코로나19, 수능 선물 문화도 희석

업계에서는 수능 마케팅 실종이 고등학교 3학년 인구의 감소와 교육정책의 변화와 큰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선후배 끼리 수능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희미해진 탓도 컸다.

실제로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전국 고3 학생수는지난 2018년 57만 661명에서 2019년 50만 1616명, 2020년에는 43만795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고3 학생수는 44만6573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교육 당국은 저출생으로 인해 앞으로 학령 인구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수능 마케팅은 교육 당국의 정책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지난해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니 학생들 끼리 챙겨주는 분위기도 사라졌고 수능을 보는 인원이 매년 줄면서 업계에서는 마케팅 규모도 덩달아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핼러윈에도 밀린 ‘수능의 굴욕’

수능 마케팅의 실종은 핼러윈 데이와도 무관치 않다. 핼러윈 마케팅에 중점을 두다 보니 수능 마케팅에는 힘을 쏟을 여력이 없다고 한다. 사진은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 밖에도 지난 10월 31일이었던 핼러윈데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수능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핼러윈데이 프로모션 비중이 커지다보니 수능 마케팅에 공력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또 백화점 등에서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11월 26일 블랙 프라이데이 등 하반기 큼지막한 행사 시기가 겹치는 만큼 수능 행사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서 ‘핼러윈 사탕(핼러윈 사탕, 핼러윈 과자, 할로윈 과자, 할로윈 사탕)’ 키워드와 ‘수험생 선물(수능식품, 수능 영양제, 수능 떡, 수능 초콜릿)’을 키워드 검색량을 상대적으로 비교해본 결과, 핼러윈에 대한 관심도는 커지고 있지만 수험생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도는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검색어 지수가 41에 그쳤던 핼러윈 상품 키워드는 2019년 55,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00까지 치솟았다. 반면, 수험생 선물 키워드의 경우 핼러윈 상품 키워드와 비교했을 때 ▷2018년 40 ▷2019년 47 ▷2020년 37 ▷2021년 6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핼러윈에 이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끝내면 곧 바로 크리스마스 행사가 돌아온다”며 “각종 행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능 프로모션을 크게 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를 거듭할 수록 젊은이들 사이에서 핼러윈 데이의 인기가 많아지다보니 핼러윈 파티를 명절처렴 챙기는 분위기가 됐다”며 “앞으로는 수능보다 핼러윈 마케팅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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