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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부유세 드라이브’ 中] 돈잔치 끝나자 ‘증세의 시간’이 왔다
재정 적자 메울 안정적 세원 확보에 부의 불평등 완화 ‘두마리 토끼’ 잡겠다는 의도
美, 세제 개편안에 부자 증세 추진…中, ‘공동부유’ 기조 속 부동산세로 부자 증세 신호탄
獨·노르웨이 등 좌파 정권 부유세 추진…英 보수당 정권도 사실상 부자 증세 요소 도입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던 각국 정부가 영수증을 하나둘 받아들기 시작했다.

‘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세원(稅原)을 찾아 헤메던 전 세계 많은 정부의 눈길이 ‘슈퍼리치’와 대기업 등 부유층을 향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사상 유래 없는 속도로 자산이 급증한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정부의 재정 적자를 극복할 안정적 돈줄을 확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부(富)의 불평등’ 현상을 완화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같은 세계 각국의 부유세 드라이브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등 정부의 기본 이념과 성향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유세’ 도입 만큼은 한마음 한뜻인 美·中=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며 정치·경제·외교·군사 등 전분야에서 으르렁거리며 부딪히는 주요 2개국(G2·미국과 중국)도 부유세 도입에서 만큼은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공정 과세를 지지하는 정책연구소 자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시한 세제 개편안에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 세율을 최소 15%로 규정하고, 투자수익에 3.8%의 부가세를 내도록 하는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아울러 고소득자에 대해선 누진세율을 적용해 세수 확대에도 나선다.

아직 임기 초반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세제개혁안엔 못 담았던 각종 부유세 아이디어를 재추진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법인세율 현행 21%에서 28%로 인상 ▷고소득자 세율 현행 37%에서 39.6%로 인상 ▷자본이득세 현행 20%에서 39.6%로 상향 등이 있다.

극부유층 700명가량을 대상으로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최소 20% 세금을 부과하는 ‘억만장자세’도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중국은 ‘부동산세’ 도입 절차를 공식 개시하며 부자 증세의 신호탄을 쐈다.

[크레디트 스위스 자료]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8월 중순 제시한 ‘공동부유(共同富裕·다함께 잘 살자)’의 단계별 이행 목표 후속 조치로 읽힌다. 당시 시 주석은 부동산, 소득 불평등, 교육, 반독점 개혁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는데, 부동산은 그 첫 번째인 셈이다.

시 주석의 역점 사안인 만큼 중국 정부가 조만간 소수 부유층과 대기업을 상대로 거액의 부유세를 부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 대륙도 번진 부유세 바람…저항도 본격화= 최근 주요 선거에서 좌파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 유럽에선 부유세 도입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PwC 자료]

일명 ‘신호등 연정’을 통해 독일 총리 취임이 유력한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부자 증세를 통한 확대 재정을 내세워 16년만에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물리쳤다.

연정에 참여한 녹색당 역시 주요 공약으로 부자 증세를 내건 만큼 12월로 예정된 정권 출범 이후 부유세 도입 논의가 독일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노르웨이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좌파 연합도 부자들에 대한 세율을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불평등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주목할 점은 부유세 카드가 좌파 정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파인 보수당이 집권 중인 영국에서도 고소득층의 조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도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22년 예산안과 신(新) 보건복지 부담감 도입을 발표하면서 ‘증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중에서도 자본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세율을 1.25%포인트 인상한다는 점을 증세안에 포함, 사실상 부자 증세 효과가 나도록 설계했다.

지난 2019년 총선 당시 존슨 총리가 노동당의 ‘부자 증세’ 공약을 가리켜 “소비에트연방(소련) 같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것과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세계 각국의 부유세 도입 방안이 구체화되면서 저항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자료]

이탈리아 연립정부에선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주도한 조세 개혁 법안에 대해 연정 일원인 극우당 동맹(Lega)이 ‘부자 증세’라며 반발, 특정 정당 장관들이 집단으로 내각회의를 ‘보이콧’하는 일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반대층은 부유세가 ‘낙수효과’를 소멸시켜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경제학자인 가브리엘 주크먼은 “다수의 부유층은 부자 증세 등 각종 제도가 예상한 불평등 완화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는 틀린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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