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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정치인의 뇌물과 선물, 기부와 증여

돈도 사람에 따라 냄새가 난다. 보통 사람이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은 풋풋한 ‘땀 냄새’가 난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받는 뇌물과 선물은 ‘구린내’가 난다. 땀 흘려 번 돈을 어려운 이웃에게 자선과 선행을 위해 기부하는 돈은 ‘훈훈한 향기’가 난다.

최근 대장동 특혜 의혹(470억원의 최종 귀착자는 누구인가, 화천대유 실소유자는 누구인가 등)의 쟁점은 정치인, 고위 공직자의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구린내’ 나는 돈이 아닐까 하는 심증에 힘이 실린다. 고위공직자 등이 기업인에게 고급 시계, 골프채 등을 선물로 받았다는 기사를 가끔 본다. 검찰은 뇌물 수수라고 주장하고, 당사자들은 업무와 무관한 친한 사이의 선물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뇌물과 선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공통점은 무상(현저한 저가 포함)으로 금전이나 상품, 서비스를 증여하는 것이다. 금전 또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무상 제공(현저한 저가 포함)은 상속세법, 형법, 정치자금법, 기부금품 모집 법률, 공직자윤리법, 청탁금지법 등이 상황에 따라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선물과 뇌물의 사례를 살펴보자. 회사 대표가 개인적으로 친구,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 공직자에게 고액 또는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는 경우 여러 법률이 적용될 수 있다. 우선 사장이 인출한 회삿돈이 업무용 비용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손금이 부인돼 법인세 과세, 회사 사장은 회사자금을 수령한 것이 되므로 상여금으로 인정해 소득세 과세, 돈을 받은 공무원은 뇌물액수 증여세가 과세 된다.

별도로 회사 대표는 직무 위반의 배임죄, 뇌물 수령의 쌍방인 기업인과 공직자는 추가로 형법, 정치자금법 등에 의해 금고형과 벌금추징과 등이 병과될 수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위 법관을 지내고 변호사업을 개업한 분이 유력한 정치인의 변호사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 공직자에 대한 뇌물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고, 국가권익위원장은 친한 사이에 무료로 변론을 해주는 것은 괜찮다고 답변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법은 원칙적으로 포괄주의 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상속세법은 개인 간에 무상으로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1000만원 이상 가치의 무상 제공은 수증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여세는 수증자가 1차 납세 의무자다.

많은 국민은 아마도 하위직 공무원이라면 수십만원 상당의 금전,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업자로부터 무상으로 받았다면 뇌물죄로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직계자손이 아닌 친족에 대한 증여세 공제는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의 경우 1000만원이다. 가까운 친족 간에 금품, 용역의 무상 제공의 경우 수증자는 증여세 대상인 점에 비춰 타인 간의 증여도 실질 과세 원칙상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의 검증 항목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선이나 선행을 얼마나 했는지, 급여에서 지출한 기부금 내용과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평소의 덕행을 따져봤으면 좋겠다. 미사여구 언행을 통한 눈속임, 미덕으로 위장한 악덕과 위선에 대해 보통 공직자보다 훨씬 까다롭고 엄격한 잣대 적용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정직하고, 본인에게 정직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과거 선조들은 공직자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고, 배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를 강조하기도 했다. 전 국민에게 100만원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문제가 올해 예산 심사의 새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인 개인의 인기를 위해 국민의 혈세(血稅)로 지급하는 돈이 선물인지, 뇌물인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고문 (전 관세청장)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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