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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행 따라 값싼 옷, 환경엔 값비싼 대가...패스트패션의 이면
여러벌 사 입고 곧 싫증나 버리고
대량 생산 급속 유통 폐기도 빨라
2030년 탄소배출량 의류가 49%
MZ세대, 지속가능 ‘가치소비’ 중시
친환경 소재 슬로우 패션 관심 커져

#1. 직장인 김미현(31·가명) 씨는 계절마다 최소 4~5벌의 옷을 구입한다. 옷장에 옷은 충분하지만, 넓고 쾌적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구경하고 새로운 유행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것이 취미 중 하나다. 2만~3만원의 저렴한 제품으로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어 매장을 자주 찾는다.

#2. 대학생 홍정희(23·가명) 씨는 ‘옷장 다이어트’를 계획 중이다. 자취생인 홍 씨는 작은 옷장에 불어나는 옷을 보고 최근 고민에 빠졌다. 계절마다 버리는 옷이 많아 허무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앞으로는 싸고 품질이 낮은 옷을 많이 사기보다, 조금 더 값이 나가더라도 몇 해씩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되도록이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옷을 사기로 했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들이 지탱해 온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문화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빠르게 생산해낸 막대한 양의 의류를 받아내던 주 소비층이 의류 폐기물의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패스트패션의 대안으로 슬로우패션(Slow Fashion), 즉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빠른 유행, 더 빠른 환경오염’ 괜찮은가요= 패스트패션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킨 빠른 패션을 뜻한다.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유니클로(Uniqlo) 등 패스트패션 브래느는 SPA(자가상표부착제 유통방식)을 통해 유행에 맞춘 제품을 다품종 소량 생산해 1~2주마다 신제품을 내놓는다.

그동안 패스트패션은 누구나 양질의 옷을 싼 가격에 입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패션의 민주화’를 이뤘다는 찬사를 얻기도 했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들의 성향과 맞아떨어지며 중흥기를 보냈다. 그러나 동시에 유행을 빠르게 변화시키며 대량 생산, 소비에서 대량 폐기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양산한다는 비판도 얻었다.

실제로 패스트패션은 탄소배출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글로벌 환경영향평가기관 콴티스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의류와 신발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40억톤 가량으로, 전세계 배출량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산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30년에는 의류 생산의 탄소배출량이 전체의 49%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의류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의 양도 막대하다. 청바지 1벌을 생산하는 데 표백과 염색 등에 7000L(리터)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4인 가족의 5~6일치 물 소비량에 맞먹는다. 가장 기본인 흰색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하는데도 2700L의 물이 소비되며, 옷의 주재료인 면화 재배에는 전세계 농약의 10%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 소비와 폐기에 수반되는 미세플라스틱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 의류의 70%는 폴리에스테르 등 플라스틱 소재의 합성섬유가 사용되는데, 이를 세탁기에 돌리면 미세섬유라고 불리는 매우 작은 섬유가닥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35%가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의류 폐기물 역시 막대한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9200만톤의 의류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으며, 2030년께는 버려지는 직물의 총량이 연간 1억3400만톤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슬로우 패션, 새로운 고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속적으로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의 취향과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실시한 ‘뉴에이지 컨슈머 미국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제품 구매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5%는 MZ세대로, 젊은 층일수록 지속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인식은 패션 브랜드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2018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참가한 H&M, 버버리, 아디다스 등 의류 기업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의 30% 감소,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 산업 헌장’에 서명하기도 했다.

패션 제품의 소재도 보다 친환경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들이 친환경 소재나 폐기물을 재활용한 패션 제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소재 관련 기술도 나날이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이다.

국내 브랜드 헤지스는 오는 2023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발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만들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아이디에잇과 협업, 사과 껍질로 만든 비건 가죽 신발인 ‘애플스킨’ 라인을 출시했다. 아이디에잇은 사과 껍질, 파인애플 잎 등 버려지는 과일 부속물로 신발을 제작하는 이탈리아 비건 패션 브랜드다. 깔창부터 밑창 등을 재활용 고무, 면, 폴리에스터 등으로 만든 점도 주목받았다.

휠라도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신발인 ‘어스터치 시리즈’를 론칭했다. 리사이클 합성 가죽, 재활용 코르크 등의 폐기물을 재가공한 친환경 원자재 등이 주요 소재다.

범용 브랜드가 아닌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에르메스는 올 하반기 버섯 가죽을 활용한 가방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 친환경 스타트업 마이코웍스와 손잡고 버섯 균사체로 만든 식물 가죽을 활용한 가방이다. 이외에도 구찌, 프라다, 샤넬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모피 사용을 중단하는 퍼프리(Fur-free) 선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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