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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망 또 붕괴...정유화학부터 車·철강 다 운다[요소수 대란, 직격탄 맞은 업계]
국내 생산은 가격경쟁력 낮아
화물차 운행 중단땐 속수무책
컨테이너 운송 차질 우려도

디젤(경유)차의 필수품인 ‘요소수’ 대란을 두고 산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또 하나의 공급망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요소수 원료인 요소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국내 요소수 시장이 한 달도 안 돼 속절없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t당 360달러였던 중국의 요소 수출가격은 지난 달 말 740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현재 시장 가격은 그보다 더 높은 900~1000달러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는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만들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요소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이 과거 울산에 자체 생산시설을 두고 있었지만 지난 2011년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철수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요소 수출제한 카드를 꺼내들자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졌다. 호주가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자 이에 맞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자 중국 정부는 지난 달 15일부터 요소 수출검사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기존에 계약한 물량이 통관 심사에 막혀 현재까지 들어오지 못하자 요소수 물량이 금세 동이 나고 가격이 치솟았다. 중국과 호주의 외교 갈등에서 촉발된 요소수 대란이 우리나라의 부실한 공급망 문제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롯데정밀화학은 부라부랴 러시아에서 요소를 내년 1월부터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해 지금의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전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현재 철강·시멘트 등의 공장에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요소를 활용하고 있지만 차량용에 비해 불순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고순도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차량용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대안으로 국내에 요소 생산시설 구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도 낮은 상항에서 정부가 계속 보조금을 줄 수도 없을 것”이라며 “향후 요소 가격이 다시 낮아지면 국내 생산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지금의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업계 전반에 걸쳐 파장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장은 차량용 요소수에 국한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향후 선박용, 산업용, 농업용 등으로 쓰이는 요소수까지 부족해지면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소수는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디젤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요소수 없이 계속 주행할 경우 대기 중에 미세먼지의 원인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이 노출되기 때문에 요소수가 부족하면 디젤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물류회사의 배송 차량은 디젤 비중이 높아 요소수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를 비롯한 공급망 관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제철소 내 원료 운송과 제품 출하를 위한 화물차 운행 중단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구내에서 차량을 운행하는 운송사별로 요소수 사용차량, 일사용량과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요소수 부족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품 이송이나 차량 탁송이 요소수 부족으로 지장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가뜩이나 차량 출고와 고객인도가 6개월 이상씩 밀려있는 상황에서 요소수 문제가 새로운 생산 차질 요소로 등장할 경우 판매량 저하와 실적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요소수가 부족해 운행을 중단한 화물차는 없지만 대부분 차량이 지입차인 관계로 기사 개인이 요소수를 구해서 넣는 상황”이라며 “당장 어느 차량이 요소수가 부족한 지도 현황 파악이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해운업계는 미국 서안 항구의 물동량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 컨테이너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항만 내에서 운행하는 트레일러는 대부분 친환경 연료나 전기차로 대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항만 밖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물류차량이 요소수 부족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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