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中 냉전 최일선 대만...말도 행동도 ‘레드라인’ 줄타기 [글로벌 플러스 : 美-中 대리전 치닫는 ‘양안갈등’]
中군용기 대만ADIZ 침범 횟수 2배 급증
“대만독립은 죽음...완전한 조국통일 실현”

바이든 “대만 방어할 것” 군사개입 확인
차이잉원도 미군 주둔 사실 이례적 인정

中언론 “美 레드라인 넘어”...무력충돌 경고
美학계 “미중냉전 전쟁 비화 가능성” 전망도
비행 중인 중국 공군의 J-16 전투기. [AP]
대만 군인들이 중국군 침공에 대비해 연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AFP]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키드함이 연안 경비함 문로함과 지난 8월 대만해협을 지나고 있다. [AP]
중국군 침공 경로로 예상되는 대만의 한 해변가에 상륙작전을 저지하기 위한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다. [AFP]

중국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횟수를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늘리는 등 대만 점령 의지를 날로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고 맞서면서 대만 문제가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유일한 세계 패권국으로서 국제 정세를 주름잡았던 미국에서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해 오늘날 미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도전자가 된 중국을 향해 “진작부터 견제했어야 한다”는 후회 섞인 탄식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또 ‘미소 냉전’보다 ‘미중 냉전’이 실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30여년 전 냉전이 끝나고, 미국이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올라섰을 때 미국 눈에 중국은 약하고 가난한 나라로 비춰졌기에 중국은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오히려 중국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미국 주도 무역질서에 편입될 수 있도록 중국의 경제적 성장을 도왔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미국이 이제 중국의 도전을 받는 신세가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미국 국제정치학계에서 대표적인 현실주의자로 분류되는 미어샤이머 교수는 최근 미 대통령들이 대부분 국제 정세를 현실주의적 관점이 아닌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다 일을 그르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에서 빌 클린턴, 아들 부시(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까지 미 대통령 4명이 모두 이런 정책을 펼쳐 중국의 부상을 돕게 된 셈이라면서 이제 상황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의 야심은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었고, 양국의 경쟁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며 “강국 간의 힘겨루기는 비극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최대 기념일인 국경절(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기념일) 무렵인 지난달 1~4일 총 149대의 중국군 전투기와 폭격기 등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침범했다. 대만 국방부가 지난해 9월부터 중국군의 ADIZ 침범 정보를 공개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중국 군용기는 2019년 3월을 시작으로 그해 총 10여대가 대만 ADIZ를 침범했고, 2020년에는 ADIZ 침범 중국 군용기 수가 380여대, 올해는 690여대로 해마다 도발 규모가 급증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침범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보고 “중국은 도발적 군사 행동을 멈추라”고 직접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대만 군 당국은 중국이 수년 내 침공해올 것이라는 전망 하에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의 국방부 장관 격인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중국 군용기의 대규모 ADIZ 침범 소동 직후인 지난달 초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대만과 중국 간 긴장 상태가 40년 만에 최악이라면서 중국이 2025년까지 대만을 전면적으로 침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 부장은 중국은 지금도 대만을 침공할 능력이 있지만 3년 내에 침략 준비를 완벽하게 끝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대만 양 정상은 또 지난달 9일 신해혁명 110주년 연설과 10일 대만 국경일(쌍십절: 대만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각각 ‘중국과 대만의 통일’, ‘대만의 주권 수호’를 강조하며 전쟁 못지 않은 말싸움을 벌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연설에서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적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대만인이 압력에 굴할 것이라는 환상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강하게 맞섰다.

대만 총통의 연설 다음날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대만을 겨냥한 상륙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차이 총통의 연설에 중국 측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루 뒤에는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에 중국은 하나밖에 없고, 대만은 중국의 분할할 수 없는 일부”라며 대만은 중국의 하나의 ‘성’(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미중관계의 가장 핵심이자 민감한 문제”라며 연일 대만과 미국 때리기에 나섰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안 갈등 논란의 중심에 등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볼티모어에서 열린 CNN 타운홀 미팅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군사개입 여부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며 중국의 도발을 억지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강경책을 계승하면서 대만 문제 개입 의지를 이례적으로 반복해 천명하고 있다. 앞서 8월에도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즉시 “중국의 주권과 영토에 관련된 핵심 이익 문제에서 중국은 어떤 타협과 양보의 여지도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어 미국을 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며 훈계까지 했다.

중국의 이런 과감한 대미 대응은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대만을 점령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에서 연유한다.

지난달 말 미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남중국해의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東沙群島)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중국군을 억지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CNAS는 이런 형태의 침공이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될 수 있으며, 중국이 이런 시도를 통해 대만을 지키려는 미국의 의지를 시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CNAS는 “미국이 중국의 침공을 허용하면 중국은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행위를 이어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이 대만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프라타스 군도 주둔 장병들에게 “섬과 운명을 함께 하라”고 지시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했다. 추 부장은 “내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면서 싱가포르의 국방 전략인 ‘독전갈 전략’처럼 적이 공격한다면 적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차이잉원 총통은 미 CNN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만 방어 지원에 대해 “진심으로 믿고 있다”면서 미군이 대만군을 돕기 위해 대만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확인했다. 미국이 1979년 중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대만 주둔 미군을 철수한 이래 대만 총통이 대만에 미군 주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CNN은 이 인터뷰 직후 미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대만 주둔 미군의 공식 규모는 2018년 10명에서 올해 32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고, 중국 언론은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미군이 대만에 주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레드라인’”이라며 “미군이 대만에 진주하는 것은 마지노선을 돌파하는 것이며, 대만해협 전쟁을 촉발하는 가장 위험한 지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아울러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판공실 류쥔촨(劉軍川) 부주임은 ‘국가통일과 민족부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통일 후 “대만 동포의 생활 방식, 사유 재산, 종교 신앙과 합법적 권익은 침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집권여당인 민주진보당의 탈중국 정책을 견제하는 동시에 일반대중의 환심을 사는 심리전까지 펴고 있는 것이다.

대만을 가운데 놓고 벌어지는 미중 갈등 양상은 어느 한 순간에 종료되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을 겨냥한 현실주의 정책은 트럼프 정부에서야 시작됐고, 바이든 정부와 미 의회가 모두 이런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에 있어 지정학 및 지경학적 도전자이고, 대만은 매우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주권 국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미중 갈등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2차 냉전이 진행 중이며, 1차인 미소 냉전보다 2차인 미중 냉전이 훨씬 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