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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만의 ‘시인의 사랑’으로 빚은 앙상블…“시와 음악의 조화가 중요”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을 편곡한 핀란드 출신의 작곡감 겸 지휘자 랄프 고토니가 앙상블오푸스, 소프라노 임선혜, 테너 키어런 커럴과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앙상블오푸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해묵은 나쁜 노래, 나쁘고 지독한 꿈, 그것들을 이제는 장사지내렵니다. 커다란 관을 가져오세요.(중략)내가 나의 사랑을, 그리고 나의 고통을 넣어 가라앉히는 것이거든요.” (‘시인의 사랑’ 9번)

시인이 노래한 ‘사랑의 빛깔’은 설렘과 달콤함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속마음을 꺼내기 전엔 가능했던 긍정의 상상은 이내 불안이 휘감는다. ‘너무나 아름다운 오월에’(‘시인의 노래’ 중 1번)는 그 불안을 담아낸듯 불협화음으로 시작해 그것으로 끝맺는다. 결국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나아가듯 ‘내 눈물에서 싹을 틔우’(2번)고, 애틋한 사랑과 ‘과거의 것’이 되고 만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7번). 그러다 ‘오래된 동화에서’(15번)처럼 연인과의 사랑을 다시 꿈꿔보면서도, 결국 ‘꿈은 한낱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봄에 시작한 시인의 사랑은 ‘해묵은 나쁜 노래’를, 악몽을 떠나보내며 끝이 난다.

로베르트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독일 낭만주의 문호 하이네의 시집 ‘서정적 간주곡’에서 시 16편을 추려내 묶은 가곡집이다. 사랑에 빠지고, 믿음의 배신으로 아파하고, 쓰라림을 극복하다가도 그리워하고 털어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하나의 스토리처럼 그려진다.

“‘시인의 사랑’은 남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순수한 사랑 이야기예요. 이번 무대는 시를 어떻게 이해하고 음악으로 표현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했어요. 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한다면 음악을 더욱 잘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을 편곡한 핀란드 출신의 작곡가 겸 지휘자 랄프 고토니는 오는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토니는 5년 전이었던 2016년 10월 후고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을 실내악 반주로 편곡,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이번엔 ‘시인의 사랑’ 편곡 버전 초연 무대를와 함께 이탈리아 가곡집도 연주한다. “‘이탈리아 가곡집’은 순진한 남자와 거침없는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앙상블오푸스 제공]

이번 무대는 고토니와 함께 앙상블오푸스이 주축이 된다. 그는 “앙상블오푸스는 오케스트라에 비해 작은 편성이지만 현악4중주, 관악6중주까지 들어 있어 멋진 조화를 이루는 편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에 사용한 12개의 악기 모두가 다르다. 모든 악기가 색감이 다 달라서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연주에서 가장 주력한 점은 ‘시와 음악의 조화’였다. “볼프는 어떤 작곡가들보다 시와 음악의 합일을 위해 애썼어요. 심지어 ’시와 음악의 결혼‘이라는 멋진 표현을 썼다. 기쁨과 슬픔, 둘 사이의 싸움까지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죠.” 그런 만큼 연주에서도 두 가지를 표현하는 어려움이 컸다. 그는 “연주를 할 때의 어려움은 볼프의 음악에서 나오는 시의 표현, 다양한 감정의 폭을 연주하는 것이었다”며 “특히 가사가 있는 음악은 악기 연주자들에게 힘들 수 있지만 뛰어난 앙상블오푸스의 연주자들이 이것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앙상블오푸스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편성이 작은 만큼 각 단원들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을 해야 한다. 원래의 피아노 반주부에서 페달이 내는 효과를 다른 악기들로 살려내는 게 큰 도전”이라고 첨언했다.

가곡을 노래하는 만큼 소프라노 임선혜, 테너 키어런 커럴이 함께 한다. 임선혜는 ‘이탈리아 가곡집’에서 사랑과 결혼, 시댁과의 갈등, 화해를 마주하는 입체적 인물을 표현한다. 음악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25세의 젊은 테너 카럴은 ‘시인의 사랑’에서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화자로 분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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