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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지속가능여행, 카를로비바리·크리스탈밸리 [함영훈의 멋·맛·쉼]
누구든 온천수 마시게 멋진 콜로나다 설치
신세계교향곡 드보르작 공원서 온천수 음용
크리스탈밸리, 롯데월드,쉔부른궁 주문생산
유리공예 불기 체험..스와로브스키의 고향
농촌하이킹, 보헤미안스위스 공원 청정생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속가능한 체코여행의 선봉엔, 흑사병 조차 범접하지 못했던 도시, 카를로비 바리, 수십미터 수천개 젓가락 주상절리 바위산 판스카가 호위하는 친환경 공예 벨트 크리스탈밸리가 섰다.

크리스탈밸리의 판스카
카를로비 바리 유네스코 온천도시 한복판에서 치솟아오르는 온천분수 브르지들로(Vřídlo)

카를로비 바리는 카를4세 황제가 온천을 개척한 이후, 드보르작과 피요트르대제, 마리아테리지아 여제, 바흐, 쾨테 등이 건강을 위해 단골로 찾고,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카지노 로얄’ 등이 촬영된 곳이다.

프라하에서 차로 1시간30분 달려 도착했을 때, 해는 지고, 긴 온천수 개천 테플라가 건강빌리지의 불빛을 ‘별이 빛나는 밤에’ 풍경 처럼 담고 있었다.

카를4세의 사냥 때 사슴을 쫓던 충견이 온천수와 함께 사라져 이곳엔 사슴과 개에 대한 전설, 그림도 많다. 사슴마을 ‘옐레니 스콕’도 있지만, 전설의 무대와 이 도시는 다소 떨어져 있다. 황제의 명소를 혼돈시킬 만큼, 이곳에서 치유의 물이 솟아나자, 1522년 첫 귀족대상 상업용 온천테라피 시설이 생기면서 번성의 길을 걸었다.

카를로비 바리 도시 가운데로 온천수 하천이 흐른다.

▶흑사병도 범접 못한 카를로비 바리= 번성의 가장 큰 비결은 가장 직접적인 건강효과, 즉 마시는 온천 시설 콜로나다(kolonada) 3개를 성스러운 신전 처럼 멋지게 지어 무료 개방하는 등 15곳의 민간,공공시설에서 건강온천수를 마시도록 했다는 점이다. 한번에 200㎖를 5분간 나눠마시고, 하루 총 1.2ℓ 정도 마시면 좋다고 의료진들은 말한다.

뜨르즈니 콜로나다는 카를4세 황제와 충견, 이들이 쫓던 사슴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걸어두고 있으며, 회랑을 숲-나무 문양으로 장식해 황제가 온천수를 발견했을 당시 사냥터인 숲을 형상화했다.

이곳 사람들은 온천물로 빚은 약이었다가 약주로 바뀐 베헤로프카(Becherovka)를 16번째 온천수라 칭하기도 한다.

이 도시 한복판에 있는 드보르작공원 경내에도 고대 회랑처럼 지은 콜로나다가 있다. 뭐든 조르면 다해줄 것처럼 생긴 드보르작 동상 앞에는 어린아이들이 할아버지댁 마당에서 노는 것처럼 정겨운 표정이다.

약이나 다름없는 따뜻한 온천수가 이(齒)에 닿지 않고 바로 목넘김 하도록, 납작하게 흡입용 주전자꼭지를 달아 만든 머그컵을 ‘라젠스키 포하레크’라고 하는데, 이제 예술도예의 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온천수 음용을 위한 머그컵, 라젠스키 포하레크. 하나에 우리 돈으로 4000~7000원 정도다.

▶카를대제가 사랑한 건강도시= 건강과 멋이 있는 곳은 부귀와 예술이 꽃핀다. 왕실이 친히 신경쓴 곳이라 더욱 그랬다. 바로크양식, 르네상스양식의 건축물, 예술을 시민생활에 투영시켰던 아르누보 풍의 건물도 있다.

‘예술가 만의 리그’를 해체하고 필부필부 집의 발코니, 주방, 거리의 포스터에 까지, 예술을 강물처럼 흐르도록 만든 아르누보 선구자 알폰스 무하(1860~1939)는 체코 사람이다.

그는 우리동네 인사성 밝은 소녀 같은 모라비안 여인의 순수미가 파리 여인의 화려함 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유럽인들의 반향을 통해 증명하기도 했다.

알폰소 무하의 작품 모라비아 여인. 동양적 느낌이 풍기는 모라비아는 보헤미아와 함께 체코를 구성하는 한 축이다.

건강은 문명을 만나 더욱 업드레이드된다. 007촬영지 ‘푸프’를 서쪽 아래로 내려다 보는 산기슭 궁전 임페리얼호텔은 청정자연의 에너지를 의학으로 승화시킨다. 이곳 온천수의 의학적 연구개발 역사가 근현대사 만큼 길다.

앙겔라 플랑코바 원장의사를 중심으로 의료진은 산소집중치료인 옥시게놈테라피, 공처럼 생긴 장비와 물리치료를 겸비한 피지오테라피, 산소창고 챔버 속에서 전신 정화를 통해 순환계,이명,폐 치료와 뇌졸중 예방까지 도모하는 히퍼바리츠카 코모라, 온천증기를 활용하는 호흡기 치료테라피를 한다. 이때 온천수는 입욕, 음용, 증기 등 형태로 테라피를 돕는다.

북마리아나제도 티니안 섬의 블로우홀처럼 물이 솟구치는 곳, 용솟음 온천홀 브르지들로(Vřídlo)는 카를로비 바리의 랜드마크이다. 지하 2㎞ 지점을 시원으로 자연펌핑하는데, 1분에 2000ℓ를 뿜어낸다.

쏟아지고 난뒤 떨어져 고인 물에 맨손을 대면 “앗뜨”하면서 1초도 담그기 어려운데, 섭씨 70도는 되는 것 같다. 뿜어져 나올때엔 이 보다도 뜨거웠을 것이다. 콜로나다 여러 곳 중 가장 뜨거운 음용수의 온도가 71도쯤 되는데, 대체로 마시기에 큰 부담이 없는 40~50도이고, 분출 지역에 따라 20도 수준인 곳도 있다.

체코 크리스탈밸리에서 만들어 제공한 티니안 부족장의 왕관

▶티니안족장 왕관, 서울스카이와도 인연 크리스탈밸리= 한국계 후손이 많은 티니안 섬 부족장의 뿔처럼 생긴 왕관,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물질하는 해녀’ 작품, 합스부르크 쉔부른궁과 터키 돌마바흐체궁의 아름다운 샹들리에까지 공급한 리베레츠주(州)의 크리스털 밸리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청정자연과 전통기술을 함께 계승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체코형 지속가능관광의 모범이다.

이 밸리에선 팔뚝 걷어부친 장인들의 유리예술 과정을 통유리창으로 관전하며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체코 전통음식을 즐기다 유리불기 체험도 하는 ‘노보트니 유리스튜디오’, 크리스탈 작품으로 정원을 가꾸고 방치되던 성당을 크리스탈 성물로 단장하며 귀중한 제단유물(1860년 제작)을 발굴해 3000개 크리스탈로 빛나게 한 파치넥 마을을 만난다. 또 서울스카이 거대 유리작품도 만들어준 라스빗, 예술의 대중화 즉 생활크리스탈예술을 널리 보급하는 프레시오사 등을 만난다.

크리스탈 밸리 파치넥 공방의 공예작업
크리스탈 밸리 라스빗에는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 해녀 크리스탈 작품을 만들어 제공했음을 알리는 대형 사진이 중정 한복판에 걸려있다.

크리스탈 예술이 마을 안팎에 놓이고, 보헤미안 풍의 가옥들이 개성있는 색감으로 도열한 마을 풍경 역시 참 아름다운 곳이다. 고향인 크리스탈밸리의 온고지신 정신을 온몸으로 체화한 스와로브스키는 유럽과 미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매료시키고 있다.

▶유럽한복판 산소통 숨겨진 보석들= 원래 건강하고 아름다웠던 생태농장여행지는 이제야 수줍게 손을 내민다. 제2도시 브르노 남쪽 남모라비아지방 미쿨로프의 와인& 자전거 하이킹 농장 노비 프르제로프, 해발 860m 고도 슈마바 자연보호지역의 방목농장 모슈나가 대표적이다. 3만7000㎞ 체코 전역 자전거하이킹 코스 곳곳에 이런 건강 보석들이 박혀 있다.

체코 농촌여행지에서의 자전거 하이킹

크리스탈 밸리에서 카를로비 바리로 가다가 약간 북서쪽에 있는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은 역사와 낭만의 수도 프라하에 가려져 있던 유럽 한복판 산소통의 면모를 뉴노멀 시대 드러내기 시작한다.

프라하도 건강성으로 무게중심 클릭조정을 했다. 페트르진스케 공원과 경사진 포도밭, 유네스코에 등재된 크로메르지시 정원, 존레논의 벽, 알폰소 무하 박물관 등을 재방문자들이 꼭 가봐할 곳으로 추천했다.

2021년 가을의 체코는 이미 가진 것을 기반으로 뉴노멀의 큰 물길이 깊고 멀리 흐르도록 닦고, 매만진다. 경천동지할 변화는 없어도, 카를교-프라하성을 중심으로 오가던 이방인들은 동공을 크게 확장하면서 드보르작이 고향같은 곳으로 표현했던, 안온한 신세계를 목도하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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