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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찾은 체코, 초록색 평온함과 신세계교향곡 [함영훈의 멋·맛·쉼]
프라하성, 카를교, 블타바강 변함없는데
생태여행지, 유네스코 온천여행지로 확장
카를로비바리 드보르작 공원 온천수 원샷
최근 세계 WTTC 안전여행 스템프 획득
크리스탈밸리에선 서울스카이 해녀와 조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체코 프라하는 헤어졌던 옛 연인과 다시 만날 것 같고, 보헤미아 땅에서 재기한 신성로마제국 기병·근위병들이 카를교 위에 말발굽 소리를 낼 것 같고, 내가 어디를 걷든 16미리 촬영기가 나를 주인공 삼아 영화를 찍을 것 같은 곳이다.

체코 프라하 블타바강의 백조는 우아한 자태를 보이다가도 사람이 가면 반갑다고 달려든다. 그런 적극적인 면은 팬데믹 이전이나 이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사람과 환경은 조금더 조신해져 대조를 보였다.

블타바강의 백조 무리는 늘 그랬던 것 처럼 사람에게 다가와 대놓고 반가움을 표시하는데, 강물이 2년새 제법 흘러서일까.

‘위드 코로나’ 시대와 함께 다시 찾아간 체코는 불꽃 같은 사랑을 나누던 연인의 슬픈 이별 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고나서 두툼한 행복의 조건을 체득한 부부의 거실 같고, 무용담 많은 근위병이라기 보다는 이웃을 알뜰하게 챙겨주는 ‘홍반장’의 느낌도 든다. 실제 이번 탐방에서 프라하성 근위병은 비번일 때 치통에 시달리던 한국인 여행자의 약을 급히 구해주는 우정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곳에서 배우 같은 여행자로 서 있기 보다는, 마치 오랜만에 동창회 나가는 사람 처럼, 몇 년 전 카를교 위에서 영화 같은 풍경을 함께 지켜보던 그때 그 사람들과 재회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것으로 족하다.

다시 찾은 체코는 감성 덩어리로 짙은 화장을 하지 않았고, 차분하며 싱그러운 모습이었다. 체코스럽지 않아보이지만, 알고보면 체코스러운 면모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렇다고 그동안 체코의 감성과 인문학을 만들었던 물상들이 변한 것은 아니다.

나를 비롯해 하나 둘 씩 체코행을 선택한 여러나라 이방인들은 프라하 말고도, 북쪽 리베레츠 크리스탈밸리 혹은 보헤미안스위스, 서쪽 카를로비 바리와 유네스코 온천 트라이앵글, 남쪽의 산소통 슈마바로 흩어졌다. 원래 체코가 가지고 있던 자산 중에서 뉴노멀 스탠더드에 부합되는 숨은 여행지를 더 개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10대부터 80대까지 모두 아는 ‘신세계고향곡’의 드보르작은 체코 사람이다. 우리에겐 2악장 주제곡 ‘내 고향으로’가 귀에 익고 한국어, 영어로 번안한 노래도 즐겨 불렀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친구들 모여, 옥 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서부 유네스코 온천도시 카를로비 바리의 드보르작 동상

죽마고우 재회하듯, 여행이 시작됐다.

체코는 예전의 노스탤지어를 뒤로한 채, 전국 곳곳을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는 새로운 도덕율로 다듬었고, 달라진 여행자의 뉴노멀 시선은 이 나라가 원래 가졌지만 감춰졌던 보석을 발견할 때 마다 신세계를 경험한다.

여행을 못하는 것은 전쟁과 적대이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평화다. 아직 우리가 겪은 2년간의 팬데믹 전쟁 여파, 즉 방종, 편견, 민낯, 의심 등이 남은 이 때, 그나마 체코를 국제교류 재개의 첫 취재대상지로 삼게 된 것은 잘 된 일인 것 같다.

보헤미안-모라비안들이 게르만·슬라브·훈족의 문화를 잘 조화시킨 유럽의 십자로이고, 남을 지배해 보기도 하고 지배당하기도 해서 이런 저런 사정을 잘 하는 나라인데다, 과학기술 지향적인 마인드가 강하고 특별히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않는 체코이기 때문이다. 유럽내에선 치안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곳이다.

체코 족맥(족발 콜레뇨와 필스너맥주)

콜레뇨(족발), 지젝(돈까스), 스비치코바(찐빵과 소고기), 몽골에서 온 타르타르(육회+마늘바른 빵), 훈-마자르(흉노-말갈)의 헝가리를 거쳐 조금 변형한 체코형 굴라쉬, 슈니첼 치맥 등 그들의 전통 요리가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점에서도 그렇다.

체코의 지속가능여행 플랜의 골자는 ▷프라하,브르노 등 기존 스테디셀러의 업그레이드 ▷감염병 치유,방어프로그램 등을 가동해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 드보르작이 건강을 얻은 곳이라 드보르작공원에서 ‘신세계교향곡’을 듣고 온천수도 마실수 있는 곳, 카를로비 바리 등 온천 트라이앵글의 테라피 ▷스와로브스키 가문의 본거지 리베레츠주 ‘클리스탈 밸리’의 진주유리 공예 공동체 문화와 이방인들의 자유로운 체험 등을 더하는 것이다.

체코 북부 크리스탈밸리의 크리스탈 트리
체코에서 만난 제주해녀. 크리스탈밸리에서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 납품한 거대 크리스탈 예술품 사진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십미터 수천개 젓가락 주상절리로 신비감을 자아내는 판스카 ▷건강한 농촌과 식생을 호위해주는 절경의 생태여행지 슈마바 국립공원 ▷보헤미안스위스공원의 청정생태 ▷유럽최고의 하회마을 체스키크룸로프 제2전망대와 예술거리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노리는 카단 프란체스코 수도원 등 뉴노멀 숨은 건강여행지를 적극 알리고 손쉬운 여행루트를 개척해 두었다.

장엄한 역사유적, 영화의 단골촬영지, 맛집과 예술의 중심 프라하는 스테디셀러임에도 자만하지 않고, 200개의 녹지공원와 강 안의 슬로반스키 등 3개의 섬을 뉴노멀에 맞게 점검했으며, 프라하성 정원에서부터 산꼭대기 프라하 에펠탑 페트린 전망대와 페트르진공원 일대를 거쳐 강건너 녹지공원으로 이어지는 걷기여행 루트도 소개하고 있다. 친환경 자연미용품 맥주샴프로 유명한 ‘마누팍투라’, 김치찌개를 포함한 지구촌 음식 포차거리 ‘마니페스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공간 ‘스메타나Q’ 등 지속가능한 쇼핑-먹방 문화도 구축했다.

프라하 블타바강 내 섬, 쇼팽이 감동 먹은 슬로반스키 섬

체코는 최근 세계 관광 여행 협회(WTTC)가 건강 및 위생 분야에서 탁월한 체계를 갖춘 곳에 수여하는 국제 인증, ‘안전 여행 스탬프’를 획득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년전부터 한국,호주 등을 그린(Green)리스트에 올리고, 한글을 공항 안내표지 3대 언어로 격상시켜 팬데믹 와중에 우리와 더 친해진 나라이기도 하다.〈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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