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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10분이라도...멍하니 휴식·치유의 시간이길”
미술작가·뮤지션·무용그룹 만난 ‘공감각 전시’
‘드리머, 3:45am’展 롯데뮤지엄서 1월 2일까지

사일로랩·프랭킨센스가 만든 꿈 이야기 ‘윤슬’
수만 개 LED조명이 빚은 빛의 물결과 음악
“물멍 때리듯, 밤하늘 별 보듯...쉬어가세요”
뮤지션 프랭킨센스의 유정민(왼쪽부터), 신성진과 미디어아티스트 사일로랩 박근호가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드리머(dreamer), 3:45am’에서 윤슬을 미디어아트로 풀어냈다. 이상섭 기자
현대미술작가그룹 ‘사일로랩’과 뮤지션 ‘프랭킨센스’가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윤슬 Yoonseul, 2021’ [롯데뮤지엄 제공]

“꿈은 불씨와 많이 닮아있다. 그 온기가 계속 퍼질 수 있도록,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를 바란다.” ( ‘윤슬 Yoonseul, 2021’ 중· 프랭킨센스 신성진)

알알이 반짝이는 수만 개의 빛이 물에 비쳐 잔잔한 일렁임을 만든다. 가만히 앉아 ‘물멍’, ‘빛멍’의 시간을 가지면 어느 날, 어느 곳에서 마주한 풍경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른 아침 드넓은 한강 위로 부서지던 햇살이 만들어낸 잔물결, 혹은 깊은 밤 물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달빛의 길. 앰비언트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서정적 음악에 귀를 맡기자, 숲 속 같기도 하고 물속 같기도 한 향기가 코끝에 닿는다. 미디어아티스트 사일로랩(SILO Lab.)과 뮤지션 프랭킨센스(frankinsense)는 사방이 막힌 전시장으로 ‘윤슬’(빛이 물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을 가지고 들어왔다.

“꿈이라는 것을 거창하게 포장하고 싶지 않았아요. 가만히, 멍하니 앉아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고 상상하는 것, 그거였어요. 꿈을 이미지로 만들었을 때 무엇에 가까울까 고민하니, 윤슬에 맞았어요.” (사일로랩 박근호)

‘꿈’을 주제로 현대미술작가와 뮤지션이 만났다. 저마다 짝을 이룬 이들은 하나의 공간에서 각자가 생각한 꿈 이야기를 풀어냈다. 현대미술작가(UVA, 패브리커, 사일로랩, 스튜디오 아텍)와 뮤지션(코드 쿤스트, 페기 구, 윤석철, 프랭킨센스, 임용주), 현대무용그룹(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이 참여한 공감각 전시 ‘드리머(dreamer), 3:45am’(롯데뮤지엄, 2022년 1월 2일까지). 이 전시에서 ‘윤슬 Yoonseul, 2021’을 선보이는 사일로랩(박근호 이영호)과 프랭킨센스(유정민 신성진)를 만났다.

관람객은 새하얗게 부서지는 눈부신 조명의 흰 방에서 출발한다. 거울이 한 면을 가득 채운 이곳은 ‘포토존’이면서,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딛는 ‘출입구’다. ‘문의 역할’을 하는 하얀 커튼을 젖히면 다섯 개의 꿈의 공간이 열린다. 중심축이 기울어진 좁은 통로를 거닐며 ‘꿈의 여정’은 시작된다.

“꿈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상상과 연관을 지었어요. 상상이라는 것이 꿈과 맥락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상상에 빠지면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효과가 있잖아요. 5분, 10분이라도 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상상, 꿈을 휴식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프랭킨센스 유정민)

“사람들은 쉬고 싶고, 위로받고 싶을 때 무얼 좋아할까, 무얼 하고 싶을까 생각했어요. 이 작업의 목표는, 작품을 바라보는 10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멍하니 바라보며 위로와 힐링을 얻는 거였어요.”(박근호) “꿈을 꾸거나 상상하는 것은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치유받을 수 있는 시간이죠.” (신성진)

잠깐의 ‘휴식’과 ‘치유’를 선물하기 위해 들인 공력이 만만치 않다. 작품이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가 압도적이다. 전시장 공간의 바닥을 가득 메운 물과 그 위로 부서져 내리는 LED 조명.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라이팅 인스톨레이션’ 작업이다. “관객이 주목하고 놀랄 수 있는 공간을 먼저 생각해 연출한다”는 사일로랩의 의도는 적중했다.

두 팀의 작업은 “끊임없이 정답을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작업방식엔 단계가 있다. 사일로랩이 구상한 공간의 이미지를 스토리와 함께 전달하면 프랭킨센스의 음악 작업이 시작된다. 전시에선 ‘윤슬’과 ‘리플(Ripple)(feat. Faver)’ 등 두 곡이 나온다.

“매일 한강에 나가 윤슬을 봤어요. 어떤 때는 하얗기도 하고, 어떤 때는 노란빛을 띠기도 하더라고요. 조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런 무수히 많은 디테일을 찾아 첫 곡이 나오게 됐어요.”(유정민) 두 번째 곡은 몽환적인 보컬이 더해졌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만큼 인위적 공간에서의 연출엔 ‘기술적 어려움’도 따라왔다. 다량의 물이 들어와야 했고, 천장에 수만 개의 LED 조명을 달아야 했다. “LED를 하나하나 달아야 하니 천장에 모내기 하는 느낌”(박근호)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도 힘든 작업이었다.

“사실 해를 이길 수 있는 빛은 없어요. 가장 강한 빛은 해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물결을 만드는 것도 실제의 물이 가진 것만 못하죠. 저희가 가용할 수 있는 기술적 힘을 최대한 붙여 표현한 것이 이번 작업에서 큰 도전이었어요.”(박근호)

음악도 마찬가지다. 전자악기를 사용하면서도 윤슬의 이미지를 거스르지 않도록 했다.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자연이다 보니 어우러짐을 많이 생각했어요. 합성된 악기를 사용한 물소리의 질감을 넣어 작품에서 실제로 들리는 물소리와 어우러지도록 했고요. 일렉트로닉한 악기와 클래식한 악기를 섞어 감성적인 전자음처럼 들리도록 했어요.”

다섯 팀의 전시에서 ‘윤슬’은 세 번째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전시별 공간의 순서도 조화롭다. 현란하게 내리 꽂히는 사운드의 향연이 인상적인 UVA와 페기 구의 공간 이후에 등장한 ‘윤슬’은 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을 받게 한다. “새벽 아침의 윤슬”(유정민)을 떠올리며 작업했다는 이곳에선 두 곡이 흐르는 8분 동안 관람객에게 잠시 ‘휴식’을 권한다. 때마침 기다란 의자까지 있으니 “물멍을 때리기엔 적합한 환경”(신성진)이다. 짙어가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는”(박근호)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 곳에서라도 평소 하던 고민이나 생각을 내려놓고 투명한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고, 위로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신성진) “저마다 지쳐있는 현실에서 분리돼 여운을 얻고, 치유받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이 공간에서 여운과 힐링을 받고 자신이 꾼 꿈을 상상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박근호)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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