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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킷헬스케어 “의료도 초개인화…‘4D 바이오프린터’로 맞춤장기 찍어낸다”
유석환 대표 “AI가 환부 분석해 본래조직 모양 만들고
바이오잉크로 찍어내 필요한 피부·연골·장기 등 재생”
연골·당뇨발 치료 박차…올해 목표 매출 100억원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재생의료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가 가산동 사옥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도현정 기자]

디지털 전환은 초개인화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에서 그 승부가 난다. 개인 체형과 취향에 맞는 옷을 알아서 골라주는 패션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얻고, 고객의 재무상황과 투자성향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자산관리 앱이 각광받는다.

유독 의료 분야만 높은 벽에 둘러쌓여 있었다. 환자가 병원의 시스템에 맞춰 진료, 치료를 받는 의료 분야에서 초개인화란 기대하기 어려웠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는 초개인화된 맞춤 치료가 의료계의 향후 50년을 좌우할 것이라며 ‘플랫폼’을 해법으로 내놨다.

유 대표는 로킷헬스케어의 정체성에 대해 “초개인화된 맞춤 장기회사”라고 정의했다. “일대일로 당신의 장기를 재생시켜준다”는 것이다. 로킷헬스케어는 바이오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연골, 피부, 장기 등을 재생시키는 사업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재생피부나 장기 등을 환부에 붙여 붕대를 감아놓으면 점차 환부의 조직이 재생되면서 본래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영화같은 이야기를 가능케 한 것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프린터를 거치면 백지가 인쇄물이 되고, 3D프린터로 이미지를 보내면 실사가 되는 것처럼, 찍어내야 할 장기 이미지를 지정하면 프린터가 장기를 만들어낸다. 2016년 ‘로킷인비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바이오 3D프린터는 최근 4D프린팅으로 기술을 한 차원 높였다. 4D 바이오프린터 ‘닥터인비보’에 대해 유 대표는 “인체의 장기나 피부는 직선이 없고 모두 곡선”이라며 “인체의 다양한 곡면을 프린팅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프린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바이오잉크다. 로킷은 환자의 세포외기질(ECM)을 바이오잉크의 주재료로 활용한다. ECM은 세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미세 환경으로, 성장인자 등 조직 재생을 돕는 물질 1500여개가 들어 있다. 유 회장은 ECM 중에서도 재생력이 없는 물질은 걸러내 재생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ECM을 뽑으면 10~20대는 70% 정도 재생물질이 있습니다. 반면에 60대는 재생물질이 20%밖에 없습니다. 재생능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심하다 재생능력이 없는 것들은 최대한 걸러내서 들어가는 물질의 50% 이상이 재생력을 갖게 하자고 판단했습니다.”

인체 내에서 재생이라면 줄기세포 등의 키워드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로킷은 오히려 바이잉크에서 줄기세포를 배제했다. “ECM이 옥수수밭이라면 줄기세포가 옥수수 씨앗입니다. 여태까지 줄기세포치료 농사가 안되는 이유가 이 씨앗 때문이니 밭에 씨를 더 뿌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씨보다 밭이 훨씬 중요한 겁니다. 농사가 안된다면 밭을 개량하듯 바이오잉크를 만들 때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서 재생력을 높여 집어넣어주면 됩니다.”

이 기술이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연골과 당뇨발(당노병성족부궤양)이다. 유 대표는 “피부재생은 화상이나 상처, 욕창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당뇨발이라 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인도에서 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는 발바닥 뼈가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조직이 괴사된 당뇨발도 평균 2개월여의 시간을 전후해 궤양 부위가 온전히 재생됐다고 했다. 참여자 전원이 피부재생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

1 대 1 서비스란 높은 비용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유 대표는 이를 플랫폼 개념으로 해결했다. 그는 “용도에 맞게 바이오잉크만 바꿔주면 프린터로 어떤 형상이건 만들 수 있다. 단추 세 번만 누르면 필요로 하는 장기나 조직이 나오고, 이를 환부에 붙여놓기만 하면 30분만에 모든 수술이 끝난다”며 “비용 뿐 아니라 시간도 절약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뇨발 치료를 위해 자가피부이식술을 하면 2000여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를 4D 바이오프린팅으로 자가조직 재생시술을 할 경우 130만원선이면 끝난다. 유 대표가 보여준 시연 영상에서는 환자의 인적사항과 질환의 종류, 재생하려는 장기의 종류 등 3~4번의 입력으로 플랫폼 구동이 가능했다. 환부 이미지를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환자의 본래 발이나 기관의 모습을 구현해 이에 맞게 재생조직을 만들어낸다.

로킷헬스케어는 당뇨발 재생치료 플랫폼인 닥터인비보와 재생치료 키트 두 종류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플랫폼은 유럽의약품청(EMA) 승인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을 마쳤다. 재생치료 키트는 내년 3월께 FDA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진출 계획은 헝가리 안티에이징 웰니스센터 추진으로 또 다른 계기를 맞게 됐다. 헝가리의 고성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부호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첨단 병원으로 거듭나려는 계획에 로킷 측이 재생의료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다. 유 대표는 “해당 프로젝트에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지 협상 중”이라며 “유럽 전역의 부호들이 찾는 최첨단 병원인 만큼 현지 진출의 거점이 될 것”이라 전했다.

글로벌 의료기업 머크와는 바이오잉크 개발에 대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로킷의 바이오프린팅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곳에도 바이오잉크 판매로 B2B 고객군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매출은 100억원이 목표다. 유 대표는 “최근 인도 5대 제약사 중 하나인 알켐(Alkem)과도 10년 간 2100억원 상당의 계약을 했다. 내년 매출은 퀀텀점프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 자신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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