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맏형’ 자임...총기 예전만 못해” 비판도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경선 토론회에서 상대방의 아픈 점만 집요하게 공격한다. 상대방의 펀치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다가간다. 공격이 유효타라고 판단되면 선명한 메시지로 무장한 채 때린 곳만 계속 치는 전략이다. 그런 홍 의원은 자신을 향한 공격에는 종종 글러브를 벗고 포용하는 자세도 보여준다. 때로는 무력하다시피 견제구를 받아낸다. 이 때문에 “총기가 예전같지 않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판도 나온다.
22일 야권에 따르면 홍 의원은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도덕성이 낮다”, 유승민 전 의원에게는 “배신자 프레임이 있다”란 말로 거듭 몰아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과의 지난 15일 토론회에서는 ▷‘고발 사주’ 의혹 ▷윤우진 세무서장 사건 ▷부인·장모 사건 등을 줄줄이 나열하며 “(윤 전 총장과)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도덕성 문제에서 피장파장”이라고 맹폭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3일 토론회에서는 유 전 의원을 정조준해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풀 생각인가”라고 거듭 되물었다.
‘보수의 맏형’을 자임하는 홍 의원은 이런 와중에 포용력도 과시하고 있다. 그는 과거 19대 대선 후보 자격으로 토론회에 임할 때 상대 진영에게 ‘막말’, ‘독불장군’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의 태도 변화는 이를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경쟁 상대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토론을 가장 잘한 사람’으로 꼽았다. 두 사람은 이날 토론회에서 ‘수소 논쟁’을 벌였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의 실수를 끌어냈다. 그런데도 원 전 지사를 띄운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홍 의원은 지난달 18일 토론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과잉 수사라고 말했다가 지지자들에게 ‘조국수홍(조국 수호와 홍 의원을 합친 말)’이라고 비난 받자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생각을 바꾸겠다”고 서둘러 수습했다.
홍 의원의 톡톡 튀는 ‘홍카콜라’ 이미지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런 면은 그만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진 전 교수는 “토론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전직 의원은 “날카롭고 시원한 맛이 사라졌다”고 했다.
한편 경제·정책 전문가인 유 전 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는 공격력을 높여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대장동 일타강사’로 뜬 원 전 지사는 같은 당 주자를 견제하기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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