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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7년간 숲에서 노루와 보낸 ‘노루 인간’외

▶노루인간(조프루아 들로름 지음, 홍세화 옮김,꾸리에)=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실 창밖으로 날아달다니는 새들에 눈이 갔던 소년, 다른 친구들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동안 야생의 자유를 꿈꿨던 소년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노루인간’으로 불리는 야생동물 사진작가 조프루아 들로름의 얘기다. 강압적인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기로 선택한 소년은 숲을 바라보는 일에 빠졌고, 숲을 조금씩 탐색해 나가다 결국 열아홉살이 되자 숲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열 시간, 그다음에는 열다섯 시간, 스무시간을 보내는 식으로 실험하다, 하루를 온전히 숲에서 보내던 어느날 운명적인 만남, 노루 다게를 만났고, 이후 7년간 노르망디의 루비에 숲에서 텐트도 침낭도 없이 홀로 살았다. 책은 그가 열아홉살 때부터 26세가 될 때까지 노루들의 행동대로 먹고 자고 자신을 보호하며, 배우고 깨닫고 소통한 이야기다. 들로름은 노루가 그를 받아들인 순간을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30분 동안이나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어. 완전히 마법 같은 순간이었어. 그는 존재만으로도 내 마음을 풍요롭게 했어.” 그는 노루의 생활을 따라 낮에 쪽잠을 자고 습기와 바람의 추위에 견디고 익숙해지는 법을 배운다. 노루를 따라 하루에 약 5km를 이동하고, 노루를 통해 스트레스에는 산성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도 사냥꾼을 피하는 법을 노루들에게 알려준다. 저자는 2010년에 모험을 그만두는데 숲과 나무가 무성했던 곳이 개간지가 됐기 때문이다. 책은 인간과 숲의 생태계,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을 경이로운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모두를 위한 의료윤리(김준혁 지음, 휴머니스트)=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1년 1월1일 낙태죄를 규정한 법이 폐지됐다. 현재 향후 법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연명의료 중단, 가습기 살균제 감염병 대처 방식 등 그동안 많은 보건의료 사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왔지만 서로 다른 원칙과 가치를 내세운 주장들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 의료윤리의 지평을 열고 대중화에 앞장서온 의료윤리학자 김준혁은 안락사, 임신중절, 치매 돌봄, 감염병, 의료 정보 공개, 건강세 등 가장 논쟁적인 의료 이슈를 소개하며, 각 쟁점들의 역사적 배경과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이론이나 원칙, 사례 등을 검토한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의 입장을 살펴보기 위해 실제 사례는 물론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여러 이야기를 끌어온다. 연명의료 중단의 법제화를 끌어낸 보라매병원 사건과 김 할머니 사건, 고 신해철 사망 사건,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약품 공급 중단 사태, 2020 의사 파업 사태, 코로나 19 백신 분배 편향 문제까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례들을 통해 의료윤리의 맹점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를 통해 환자, 보호자, 의료인 등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질병과 돌봄, 치료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묻는다. “환자와 의료인 각자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질환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삶과 생활이 깨진 이들을 다시 하나로 불러 모으는 일”은 의료윤리만이 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사유하는 마음(선일 지음, 불광출판사)=코로나 19로 인한 관계 단절과 사회갈등, 기후 위기와 남북갈등 등 우리를 둘러싼 난제들을 부처님 말씀을 통해 사유한 선일 스님의 산문집.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불행한 이유부터 군법사로 7년간 장병들과 생활한 스님이 보는 군대 성폭력 문제까지 개인과 사회, 국가 등 공동체의 고민과 해법을 수행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풀어냈다. 스님은 행복과 평안은 현재의 삶에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일을 끌고 와 고통스러워하거나 미래의 것을 가져와 불안해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불행은 대체로 욕심과 성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스님은 이 독을 제거하는 길은 나의 실체는 없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말한다.어떤 상황이 감정을 자극하더라도 온전히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마음챙김 수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행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오늘 하는 일과 행동, 생각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수행은 어떤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님의 사유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사회·정치·문화를 관통한다. ‘친일 작곡가’ 안익태의 애국가 대신 새로 제정해야 한다든지, 시대에 맞게 여성을 약자로만 보는 남녀 성평등법을 개선하고 여성가족부를 가족청소년부로 변경하자는 의견 등 예민한 사안에도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피력한다.기도와 명상, 수행과 정진 등 개인의 태도 변화 못지 않게 공동체의 문제 해결 역시 수행자의 자세로 보는 까닭이다. 특히 군에 오래 몸담았던 저자의 남북관계와 정치·국방에 대한 사유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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