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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갑상선암·전립선암, 수술이 능사 아니다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다 죽는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암 연구를 집중 지원하는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등 새로운 항암치료제의 개발로 암의 치료 성적은 크게 향상됐다.

우리나라도 1996년에 시작된 제1차 암 정복 10개년 계획에 따라 국립암센터를 설립하고 암 검진사업 등 국가암관리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1990년대 초기에 40%대 수준에 머물던 전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25년이 지난 현재에는 70%대로 크게 향상됐다. 암은 이제 죽을병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병’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암환자 발생률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검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기 진단 보편화가 우리 보건의료 현장에서 심각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진을 위한 의료기기의 발달에 따라 심각한 증상이나 사망을 초래하지 않을 암까지 발견해 치료하는 과잉 진단, 과잉 진료 문제가 새로이 대두되게 된 것이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처럼 ‘아는 게 오히려 병’이 되는 경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갑상샘암과 전립선암이다. 갑상샘암은 1990년대 후반 초음파 유도 생검법 검사를 통해 작은 결절에서 암세포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동식 초음파기계 보급 등에 따라 갑상샘암의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전립선암 또한 1990년대에 상용화된 전립선특이항원(PSA) 혈액검사 도입 진단기술이 상용화된 이후 증식과 진행이 더딘 잠재 암 발견의 증가로 인해 연령표준화 발병생률이 1999년의 8.6명 대비 2018년도에는 32.0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과잉 진단의 핵심 논거인 ‘치료하지 않고 놔두어도 심각한 증상이나 사망을 초래하지 않는 암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러 결과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런데 높은 발생률, 빠른 증가 속도와는 무관하게 사망률에는 변화가 없는 특징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동 기간 두 암종의 사망률은 각각 10만명당 0.4명, 4.1명에 불과하다. 결핵 사망률 수준이다. 다른 암종에 비해 매우 낮다. 사는 데 별일 없는, 이른바 ‘착한 암’이 많이 포함돼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반증 자료다.

그런데도 ‘죽느냐 사느냐’와는 관련성이 없는 저위험 미세 암의 신속한 진단이 환자의 근심으로 나타나고, 불필요한 즉각적 치료에 따른 오랜 경제적 부담과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갑상샘암 치료를 위해 대부분 갑상샘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평생 갑상샘 호르몬제를 복용한다. 일부 환자는 목소리 변화 등의 후유증을 경험한다. 전립선 제거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 또한 후유증의 위험이 있다.

동시에 과잉 진단에 따른 치료는 개인의 근심을 넘어 국민이 함께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상생활에 별문제가 없는 저위험 미세암을을 치료하기 위해 개인은 평생 약값 부담과 후유증에 노출된다. 이와 같은 불필요한 지출을 계속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주기적 검사와 면밀한 관찰을 통해 꾸준히 살펴보는 ‘능동 감시’ 또는 ‘적극 감시(Active surveillance)’가 새로운 치료 대안임을 널리 알리고 국민의 인식도 재정립이 필요한 때다.

적극 감시는 ‘암’을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암에 대한 국민과 국가의 심리적·물리적·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이다.

오는 29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가 ‘제73회 암 정복 포럼’을 공동 개최한다. 이번 포럼이 ‘능동 적극 감시’에 대한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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