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 눈에 읽는 신간]‘고고학의 기적’, ‘무령왕, 신화에서 역사로’외

▶무령왕, 신화에서 역사로(정재윤 지음,푸른역사)=1971년 훼손되지 않은 채 발굴된 무령왕릉은 백제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고고학계의 기적’으로 불리며, 출생의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무령왕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백제사를 30년 넘게 연구해온 정재윤 교수는 왕릉 발굴 50주년을 맞아 무령왕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백제 제대로 보기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지만 합리적 추론을 통해 의문에 싸인 혈통과 성장과정, 나라를 안정시켜 강국을 만들고 규휼에 힘쓴 무령왕의 삶을 재구성한다. 무령왕은 왕궁이 아니라 가카라시마라는 일본의 외딴 섬에서 태어나, 아버지 곤지와 헤어져 성장, 501년 이복동생인 동성왕이 정변에 시해되자 불혹의 나이에 왕위에 즉위한다. 저자는 우선 21대 개로왕의 동생으로, 왕위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한 무령왕의 아버지 곤지에 주목한다. 그가 461년 왜 왜로 건너가 가와치지역에 정착했는지, 야마토로 가는 와중에 규슈지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일본서기’ 등을 중심으로 세심하게 살핀다. 저자는 무령왕이 규슈지역 유력한 백제계 호족 집안에서 곤지의 서자로 태어났을 것으로 추측한다. ‘도군’이라 불릴 정도로 그의 위상이 높았으며, 특히 그의 활동무대로 구마모토를 지목한다. 그렇게 외가에서 자라다 아버지가 백제왕족 좌현왕 곤지라는 사실을 알았고, 백제의 함락과 아버지의 의문사를 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무령왕의 탄생 설화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에서 탈피, 고고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역사로 편입시킨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본과 백제와의 관계는 물론, 5세기말 고구려와 백제, 중국의 긴박하게 돌아가던 정세를 이해하는데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다다서재)=도이처 기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한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사이토 고헤이의 급진적 자본주의 대안론. 저자는 기후 변화와 양극화, 경제불평등 등 전 지구적 위기의 원인이 바로 ‘자본주의’의 속성에 있음을 적시, 마르크스가 ‘자본’에 담지 못한 생태학과 공동체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탈성장 코뮤니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저자는 현재 각국이 진행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그린 뉴딜’은 별다른 효과도 없는 알리바이를 감추는 공작일 뿐이라며, 성장과 지구환경 보호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탈탄소 사회를 이루기 위해 지금 경제에 필요한 것은 ‘규모 축소’ 및 ‘속도 둔화’, 즉 ‘탈성장’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업혁명 직후 ‘자본’을 고찰했던 마르크스의 말년의 연구에서 탈성장의 모델을 찾아내는데,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비판을 각오하고 책을 썼다고 털어놨다. “좌파의 상식에서 보면 마르크스는 탈성장 같은 걸 주장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남긴 방대한 노트와 서간을 꼼꼼이 살핀 저자는 마르크스가 ‘자본’ 2권 집필도 미룬 채 연구한 것이 생태학과 공동체 연구였다며,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평등’을 중시, 궁극적으로 도달하려한 지점은 ‘탈성장 코뮤니즘’이었다고 밝힌다. 이는 ‘생산력 지상주의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이다’는 종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과 다르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 역시 자본주의에 포섭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가속주의’의 한계를 짚은 저자는 탈성장 코뮤니즘을 실현할 다섯 가지 조건으로 사용가치경제 전환, 노동시간 단축, 획일적 분업 폐지, 생산과정 민주화 등을 제시했다.

▶데이비드 보위의 삶을 바꾼 100권의 책(존 오코넬 지음, 장호연 옮김, 뮤직트리)=록 스타이자 수많은 페르소나를 지닌 연기자, 혁신적인 패션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는 죽기 3년 전인 2013년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보위 이즈’ 전시회에서 자신의 100권의 독서 목록을 공개했다. 목록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부터 구동독 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크리스타 테를 생각하며’까지, 단테의 ‘신곡’같은 고전부터 그가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에 출판된 락 음악 비평서 ‘아월밥알루밥 알롭밤붐’까지 종잡기 어려운 폭넓은 시대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음악 저널리스트 오코넬은 100편의 글을 통해 보위의 목록에 오른 모든 작품을 보위의 예술과 삶의 맥락에서 살핀다. T.S. 엘리엇과 프랭크 호하라의 시들, ‘비노’와 ‘비즈’의 만화, 제임스 볼드윈의 정치의식이 보위의 음악과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집요한 추론을 이어간다. 공연을 위해 주로 기차로 이동하며 독서를 한 보위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독서”라고 답할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보위의 모든 호기심은 책과 연결되고, 정신적 버팀목이었다. 오코넬은 “목록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 가지 주요 패턴이 드러난다. 먼저 보위의 예술적 감수성을 형성한 여러 문화적 요소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살짝 모호한데 그의 성장과 연관되는 것들이다. 책들을 올바른 순서로 정렬해놓고 보면, 아이에서 사춘기 소년으로, 약에 취한 슈퍼스타에서 사색적이고 은둔적인 가정적 남자로 넘어가는 보위의 생애가 그려진다”고 말한다. 오코넬은 보위의 삶의 행로에서 나침판 역할을 한 책들을 잘 꿰어 독자들을 보위의 예술세계로 인도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