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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철학적인 이유
‘필로소피 랩’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윌북.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는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가 등장한다. 이 반지를 낀 사람은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마법의 반지다. 만약 이 반지를 소유하게 된다면?

플라톤은 여기에 두 인물을 등장시켜 정의의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정의란 단순히 권력을 쥔 사람 마음대로 정해지거나 사람들 각자 내세우는 사리사욕이 아니라 더 심오한 무언가라고 말한다. 그러니 투명반지를 끼고 함부로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회의적인 인물 글라우콘이 등장, 기게스의 반지 얘기를 꺼낸다.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이 힘을 손에 넣고도 나쁜 짓을 전혀 하지 않거나 남의 것에 손대지 않는 사람이 만에 하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 천하의 바보천치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게스의 반지는 사람을 바르게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사회적 비판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권력에는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철학의 쓸모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젊은 철학자 조니 톰슨의 ‘필로소피 랩’은 일상에서 겪는 가치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윤리, 실존, 예술, 인간관계, 정신건강,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질문에 응답하는 130여가지 철학 개념을 통해 고민을 해결해준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여기서 헤어나올 간단한 방법은 ‘남들도 다 이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칸트는 도덕률에 접근하는 방법은 이성뿐이라며, 어떤 준칙을 따를 것인가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보편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남들도 다 똑같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가령 ‘원한다면 거짓말해도 된다’ 같은 준칙을 예로 들 경우, 누구나 이렇게 행동한다면 거짓말이 일상이고 당연한 행위가 돼 참과 거짓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거짓말은 불가능해지며, 원래의 준칙은 붕괴하고 만다. 모든 사람이 전염병 격리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격리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탁상공론이 돼 사라지는 것과 같다. 진실을 말하고 격리를 지키는 것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지키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붕괴하는 이런 준칙을 칸트는 인간의 ‘완전 의무’라고 했다.

‘오징어게임’이 왜 전 세계적 인기를 끄는 걸까? 장르로 따지면 공포·스릴러·서바이벌로, 미성년자 관람 불가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두려움과 슬픔을 싫어하게 만들어졌는데, 왜 이런 피가 낭자한 공포드라마를 즐기는 걸까? 답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이런 감정에서 자극을 받는 이유가 ‘카타르시스’에 있다고 했다. 두려움을 유발해 억눌린 감정을 털어내는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안전하면서 허용 가능한 스트레스 해소법”인 셈이다. 고대 그리스에선 이 카타르시스의 의료적 효과가 워낙 커 시민에게 공짜로, 돈을 줘가면서 연극을 보게 했다.

코로나로 답답하거나 조바심이 나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그런 부정적 감정을 상쇄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 때문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책은 ‘우리는 왜 제때 퇴근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낄까?’ ‘직업은 나의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우리의 인지 기능을 빼앗기게 되는 것일까?’ 등의 궁금증을 인간과 사회, 자연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철학자들에게 연결해 답을 들려준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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