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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 투기’ 규제가 투자심리 꺾었나...토지거래가 줄었다
LH사태 이후 재발방지대책 강화
하반기 거래량·거래액 감소세
내년 양도세 중과 등 위축 심화 전망
일부 “계절요인 감안…지켜봐야”

“올해 초 투자 문의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에요. 가격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거래 요건이 까다로워진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경기 광주시의 한 토지 전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올해 초 활기를 보이던 토지시장이 하반기부터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귀했고 토지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총 거래금액은 줄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사태 이후 토지거래 규제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부 규제는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투자심리를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14일 밸류맵에 의뢰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전국의 순수토지(건축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는 5만5646건으로 7월(6만1209건)보다 9.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올해 3월(8만3614건)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했던 토지 거래량은 올해 하반기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3월 역대 최고 거래량을 기록한 이후 4월 7만5396건, 5월 6만5617건으로 점차 줄었고 7월에는 6만건대 초반 선으로 내려앉았다. 작년 월 평균 거래량이 5만건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예년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다.

지난 9월 토지 거래량도 3만2126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총 거래량은 늘겠지만 상반기 수준은 크게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금액도 줄었다. 올해 4월 13조478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뒤 10조원 안팎의 거래금액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8월 8조6741억원으로 줄었고 9월의 경우 현재 신고분 기준 4조9494억원으로 5조원을 밑돌고 있다.

토지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호황을 누렸다.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자금이 토지시장으로 적극 유입된 여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금씩 가라앉는 분위기다. 작년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여전히 약간 많지만 올초 시장 전반에 일었던 투자 열풍은 사그라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올해 2분기 고점과 비교해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의 토지 규제 등이 일부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인상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투기적 토지거래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양도세 중과 등은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이미 시행됐고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취득할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입법 예고를 마쳤다. 비교적 자유로웠던 토지시장에 규제가 하나둘 적용되면서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특히 농업진흥지역 내 주말·체험농장용 농지 취득이 제한되면서 투자를 위한 토지 매입 수요가 쪼그라드는 추세라고 봤다. 실제 현장에선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실감하는 모양새다. 일단 거래 문의가 크게 줄었다고 현지 중개업계는 전했다. 내년 양도세 중과조치를 앞두고 거래를 서두르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관망세가 짙다고 했다. 대선 정국에서 국토보유세 신설 같은 규제 강화책과 완화책이 동시에 언급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선뜻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통상 토지투자는 나대지나 농지, 임야를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LH 사태 이후 취득·보유·양도 단계에서 소위 말하는 자본 이동의 목적으로 이들 땅을 사고팔기 어려워지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며 “매물은 나오고 팔리진 않는 상황인데 양도세가 중과되는 내년에는 (거래 위축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연말까지는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토지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있는 데다 여름철 토지 거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두드러진 만큼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토지 거래 흐름을 살펴보면 7~9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거래량이 적은 편이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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