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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 코로나’ 코앞인데…국내 치료제·백신 개발은 해 넘길 듯
국내업체 11개 백신 후보물질 개발 중
SK바사 ‘GBP510’ 8월 임상3상 진입
국내 자체생산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
렉키로나 이후 막바지 단계 치료제 없어
정부 전폭적인 지원·기업 도전정신 절실

정부가 11월 초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언급하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는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 의료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방역 시스템을 꼼꼼히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드 코로나의 성공을 위해서는 창과 무기가 될 ‘백신과 치료제’ 확보가 필수다. 이에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국내 자체 생산이 가능한 백신과 치료제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개발 기업들의 이익을 따지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11개 백신 후보물질 개발 중… 가장 빠른 SK바사, 내년 상반기나 기대=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총 11개로 파악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등이 각각 재조합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국제백신연구소,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등은 각각 D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큐라티스와 아이진은 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셀리드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중 가장 빠른 개발 단계에 있는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재조합 백신인 ‘GBP510’이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 8월에 임상 3상에 진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GBP510을 투여하는 임상 1/2상을 진행한 결과,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전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형성돼 중화항체 형성률 100%를 보였다. 또 중화항체 유도 수준도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 패널보다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백신연구소 등과 함께 글로벌 임상 3상을 빠르게 진행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 후보물질 외에는 모두 임상 1상 또는 2상에 머물러 있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내년 상반기 내에 임상이 완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더구나 국내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많아져 임상시험 대상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결국 해외에서 대상자를 찾아야 하는데 이 경우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령 내년 안에 국산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글로벌 제품들과의 경쟁이라는 또 다른 과제도 있다. 이미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개발에 성공해 각 나라에 백신이 공급되면서 이 기업들은 ‘리얼월드 데이터(실제 접종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 중이다. 델타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한 다음 버전의 백신 개발에 더욱더 빨리 다가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은 개발을 한 기업과 아직 하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질 수 있다”며 “더구나 글로벌 팬데믹으로 접종 데이터 확보가 더 쉬워진 개발기업들은 앞으로 다른 백신 개발에도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렉키로나’ 이후 허가 예상되는 치료제 아직 없어=한편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총 14개 제품이 있다. 지금까지 승인받은 제품은 총 22개인데 이 중 8개 제품의 임상이 종료됐다. 진행 중인 14개 치료제의 임상 단계를 보면 임상 1상이 2개, 2상이 8개, 3상이 4개로 집계됐다.

이 중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치료제 후보물질은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 종근당의 ‘나파모스타트’, 대웅제약의 ‘카모스타트’, 셀트리온의 ‘CT-P59’다.

현재 국산 치료제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유일하게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렉키로나는 기존 임상 2상을 전제로 한 조건부 허가에서 임상 3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최근 정식 허가와 함께 투약 대상도 확대됐다.

셀트리온 측에 따르면 렉키로나주의 효과성은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으로의 악화와 임상적 회복기간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렉키로나를 투여한 경증, 중등증 환자 중 고위험군 446명에서 중증으로 이환되는 비율이 위약(434명) 대비 72% 감소했고, 임상적 회복기간도 위약(12.3일) 대비 4.12일 단축됐다.

업계에서는 렉키로나 이후 나올 국산 치료제의 시기를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이 변수 없이 진행될 때를 가정한 것이다. 실제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던 엔지켐생명과학과 부광약품은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며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이 속속 개발되는 상황에서 치료제의 필요성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발되더라도 경증 환자 대상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용 대상에 한계가 있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 늘었지만 아직 부족… 기업 도전정신도 필요=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국산 백신과 치료제가 늦어지는 배경으로는 아직은 부족한 정부의 지원과 개발기업들의 기술력 차이가 꼽힌다.

보건복지부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백신 개발 임상 지원을 위해 418억원, 치료제 개발을 위해 475억원을 배정했다. 또 글로벌 백신허브를 위한 펀드자금 조성을 위해 500억원을 배정하고 백신 연구·개발(R&D)을 위해서도 270억원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전보다 늘어난 예산이지만 다른 국가 또는 글로벌 기업들의 R&D 투입비용에 비하면 결코 큰 액수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기술과 국내 기업들의 백신 개발 능력은 아직 차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으로 유행할 전염병 등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R&D에 투자하며 준비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아무래도 현재 주목받는 기술을 따라하다 보니 몇 걸음씩 늦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금전적·제도적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이익을 따지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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