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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점 휴업하거나 불법 운영뿐”...갈 곳 잃은 공유숙박업
코로나로 외국인 관광객 사라졌는데...
내국인 관광객 급증에도 현행법상 불가
숙박업계 반발에 제도화는 제자리걸음
세계 여행 트렌드에도 낙오...대책 시급
[에어비엔비 제공]

강원도에 ‘세컨드하우스(거주 주택 외에 지방이나 도시 근교에 마련한 추가 주택)’가 있는 A(47)씨. 주말이나 가끔 이용하는 탓에 A씨는 해당 주택으로 공유숙박업을 하는 중이다. A씨가 가장 힘든 건 불법 운영자란 압박감이다. 지방자치단체 단속이 돌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당당히 세금도 내고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싶지만, 그럴 방도가 없으니 답답하죠. 빈 집을 활용하는 게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득인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유숙박업을 하는 B(38)씨는 더 막막하다. 이 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 투숙객.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외국인 투숙객은 사라졌다. 현재 B씨의 공유숙박이 적용받는 법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B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도시민박업 자체가 모순 그 자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 내국인 관광객 문의는 이어지는데, 이는 현재로선 불법이니 B씨로선 사실상 개점휴업하거나 불법 운영하거나, 선택지는 둘 뿐이다. 그는 “업 자체를 유지하기 힘든데 투숙객 국적, (내국인 허용 관련 법안에서 논의 중이라는) 숙박일수 제한 등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도 미비와 숙박업계의 반발 속에 A, B씨와 같은 공유숙박업자가 불법행위자로 내몰리고 있다. 늘어나는 사용자 역시 불법이란 불안감 속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B씨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내국인 차별’이라는 제도적 결함 탓에 생겨난 어려움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공유경제의 일종인 ‘공유숙박업’은 대부분 국가에서 제도권에 안착했으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예외다.

업계에 따르면, 도시 지역의 공유숙박은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경우 합법화된 건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특정 유형의 ▷거주 주택에 한해서다.

다른 경우는 현재 규정된 법이 없다. 내국인 관광객이 이용하거나, 거주하지 않은 주택을 공유숙박업에 활용하는 경우 등은 다 불법이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해지면서 합법화돼 있는 외국인 관광객은 사라지고, 내국인 관광객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데에 있다. 내국인 관광객의 수요와 공급은 있는데, 정작 법에서 이를 불법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나 국회의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공유숙박업을 제도화를 추진했으나 여전히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2016년~2017년 세 차례에 걸쳐 국회에서 특별법이나 관광진흥법 개정안 형태로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수차례 제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류된 배경엔 숙박업계의 반발이 있다. 특히, 모텔사업자를 중심으로 강하게 공유숙박업 제도화에 반대하면서 논의는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지난 4월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발의로 관광진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올해 말까지 업계 의견을 청취, 보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우선 내국인 관광객이 도시 지역의 공유숙박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인 관광객 역시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어 해외에서 유입되는 관광 수요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내국인에 한해 연간 180일의 영업일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숙박일수나 실거주 여부 요건 등이 덜 까다롭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실거주 공간을 공유숙박하면 영업일 제한 자체가 없고, 일본과 독일 베를린의 경우 실거주하지 않은 공간도 공유숙박이 허용된다. 또한 영업일 제한 규정을 활용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 실제 법을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도 합법화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유숙박 관련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세부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사항들이 있어 민관협의체로 논의 중”이라며 “외국인 숙박은 문체부 소관이기는 하나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세종대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연구소장은 “외국 사례를 보면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관련 제도가 자연스럽게 발전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며 “한국의 특수성을 잘 감안하여 세계적 추세로 이미 자리잡은 공유숙박을 기반으로 관광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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