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공동출자 법인 내세워 땅을 헐값에 확보
성남도시개발공사 확정이익 외 나머지는 화천대유에
대장구역, 분상제 적용 피하면서 수익 더욱 커져
경기도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현수막이 걸린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경기도 판교 대장동 개발사업이 연일 논란인 가운데 지분 1%의 화천대유가 어떻게 수천억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장동 사업과 유사한 형태의 아파트 사업이 꽤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이와 같은 민간회사의 ‘초대박’ 사례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의 지분이 과반인 민관 공동출자 법인을 내세워 토지수용으로 땅을 헐값에 확보할 수 있게 해주면서도 정작 이후의 이익을 배분할 때는 민간이 싹쓸이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사업이 설계돼 이와 같은 논란이 초래됐다는 시각이 많다.
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장동 사업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추진된 도시개발사업이다.
택지조성 사업은 크게 택지개발촉진법을 이용한 택지개발사업, 공공주택특별법을 활용하는 공공주택사업, 도시개발법을 통한 도시개발사업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택지개발사업이나 공공주택사업의 경우 공공이 주축이 돼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라면, 도시개발사업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도 자유롭게 참여해 소규모 택지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도시개발사업은 공공, 민간, 민관합동 등 다양한 형태로 추진될 수 있고 토지 확보 방식도 환지뿐만 아니라 수용도 가능하다.
이번 대장동 사업은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에 공공의 지분이 민간보다 많으면 원주민으로부터 땅을 수용할 때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대장동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가 ‘성남의뜰’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추진됐는데 공사의 지분이 ‘50%+1주’로 절반이 넘는다. 화천대유의 지분율은 단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장동 사업은 토지를 원주민으로부터 싼값에 수용할 수 있었다.
대부분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에선 공동출자 법인의 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돼 있다.
의왕 백운지식밸리 사업의 경우 의왕도시공사 등 공공이 50%+1주를, 나머지는 민간이 보유하고 있다. 김포 풍무역세권 사업은 공공이 50.1%, 민간이 4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업이 끝나면 공공과 민간이 이와 같은 공동출자 법인의 지분만큼 이익을 배당받아 나누게 된다.
사업 협약을 할 때 이후 사업 인허가 과정을 거치며 민간이 어느 정도의 공공기여를 할 것인지를 두고 협의를 하게 된다. 공공기여를 하고 남은 수익 중 지분만큼 민간이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장동 사업을 한 성남의뜰의 수익 배분 구조는 그렇지 않다.
출자 지분만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갈 이익을 미리 확정해 놓고 나머지는 민간이 다 챙길 수 있게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우선주 형태로 지분을 가져 이익을 미리 확정시켜 버린 것이다.
공사 측은 대장동 사업이 잘 안 되어도 확정 이익을 받을 수 있어 리스크를 없앨 수 있었지만, 대장동 사업이 초대박을 터트리면서 화천대유가 가져가는 몫이 엄청나게 불어난 것이다.
사업 과정에서 대장구역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게 되는 등 여러 변수로 수익이 더욱 커진 측면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도시개발사업의 민간 참여자에 대한 수익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택지개발촉진법에서 하는 것과 같이 도시개발사업에서도 민간의 수익 상한을 총사업비의 6%로 제한하는 내용의 도시개발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토지수용을 수반하는 개발 사업은 원칙적으로 공공이 수행하게 하거나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현 20∼25%에서 50% 수준으로 높이고 부담금 감면 규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국토부 등 정부는 제2의 대장동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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