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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 게임’ 추억소환 vs 아동학대…학부모 우려·반가움 교차
초등학생 게임 노출에 갑론을박
학부모 “‘무궁화꽃’ 총 쏘며 잔인”
“구슬치기·달고나 추억 소환 기뻐”
핼러윈데이 ‘오겜’ 의상 살까 고민도
전문가 “드라마 속 경쟁구도 우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전 세계 인기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뽑기 가게에서 시민들이 뽑기를 즐기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드라마 속 서바이벌 게임의 소재로 등장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오징어 게임' 속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추억소환에 대한 반가움과 무한경쟁의식을 은연중 심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연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드라마 속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대하는 초등학생들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감정은 우려와 반가움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한쪽에선 지나치게 선정적인 게임에 아이들이 노출됐다고 ‘아동학대’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놓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과 과거 놀이를 공유하며 부모 세대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여성 김모 씨는 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초등학생 아이들 상당수가 유튜브를 통해 오징어게임의 주요 부분을 이미 본 것으로 안다”며 “아이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잔인한 면이 부각돼 과거 게임의 순수한 모습과 달라 서글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김씨가 기자에게 공유한 영상에는 아이들이 모처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손에 총을 들고 친구들을 가리키며 서로를 죽이는 듯이 쏘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서로를 죽여야 사는 곳에서 진행된 게임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이는 아동에 대한 학대라고 할 수 있다”며 “온라인 학부모 카페에 가도 이러한 잔인성에 동조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많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오징어게임을 통해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 고무된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40대 박모 씨는 오징어 게임 덕분에 아이들과 추억의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같은반 친구가 줬다며 가져온 구슬을 보고, 함께 구슬치기를 했다. 박씨는 “땅바닥이 없어 구슬치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어릴적 놀이를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엔 학교 운동장에 가서 오징어 게임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 어떤 학부모는 드라마에 나온 ‘달고나 게임’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몇 화를 보면 되느냐, 아이들과 같이 그 편만 봐도 되겠느냐”고 문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에 맞춰 오징어게임 속 의상을 아이들에게 입히는 학부모들이 생기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상반된 모양새다.

SNS를 살펴보면, 핼러윈데이를 맞아 오징어게임 속 의상을 아동용으로 제작해 판매한다는 ‘공동구매’홍보 글이 게시되고 있다. 몇몇 엄마들은 드라마 속에 나온 녹색 운동복의 번호를 456번(우승자 이정재 배우의 번호)으로 하거나, 자신의 딸 생일 일자에 맞춘 번호로 옷을 주문해 입혀 인증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너무 사랑스럽다”는 감상평을 남겨놓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30대 한모 씨는 “어린이집 할로윈데이 행사가 다가오는데 어차피 1년에 하루 입을 옷이라 생각해 가장 귀엽고 핫한 옷을 입히고 싶어 오징어게임 옷을 살까 고민 중”이라며 “다만 살인게임 참가자들의 피 튀기는 옷을 아이들에게 입히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엄마 SNS에서 아이에게 오징어게임 속 녹색 운동복을 입힌 뒤 ‘꼭 우승해라’라고 하는 말을 봤는데, 그런 말 자체가 불편하긴 했다”고 의견을 표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는 “게임 자체만 놓고볼 때,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소환해 노는 것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드라마 내용상 ‘평등’을 말하지만, 결국은 ‘서로 경쟁하고 죽이는 구도’가 담겨 있는데, 이러한 구도가 아이들에게 전파될까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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