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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오징어 게임’ 남다른 까닭

한국 드라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대박을 치면서 또 한 번 한국 콘텐츠산업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콘텐츠산업은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굴려가며 급변하고 있다. BTS,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은 글로벌화의 물결을 제대로 탔다. 지역성과 보편성 두 가지를 확보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의 장점에 대해 일본과 미국, 아세안 국가의 언론인들에게 물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아무래도 사건 전개보다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디테일이 좋다고 한다. 이는 계속 새로운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인에게 몰입도와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콘텐츠지만 세계적 열풍은 넷플릭스라는 OTT가 판을 팔아준 덕도 크다. 190여개국에서 2억900만개의 유료 멤버십을 확보한 넷플릭스를 통한 유통은 글로벌화를 가속화시킨다. 일본의 4차한류는 넷플릭스를 통해 일어났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정리하자면 ‘오징에 게임’은 콘텐츠의 힘과 플랫폼의 힘의 도움을 제대로 받아 성공을 이뤘다. 넷플릭스는 ‘오징에 게임’처럼 장르적인 콘텐츠가 힘을 발휘하게 하는 데 적격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유통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한국에서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를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다.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 ‘D.P.’ ‘오징에 게임’은 한국 방송국에서 만들기 어렵다.

‘오징에 게임’ 각본을 쓴 황동혁 감독은 2008년부터 영화사 등을 찾아갔으나 모두 거부당했다고 했다. 이제 ‘오징어 게임’은 시즌 2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점에서 본다면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넷플릭스의 기여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의 또 하나의 기준은 화제성과 스타성이다. 이 원칙은 라이선스 콘텐츠를 유통할 때 주로 적용된다.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래스’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넷플릭스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댄 라이선스 콘텐츠에는 연기 잘하고 스타성 있는 좋은 배우가 있다.

이 돈의 위력은 한국 드라마 제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년 전부터 대작을 만들려는 제작자는 넷플릭스에 줄을 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런 드라마 제작비를 제공해도 아시아 등의 유료 구독가구 회원을 확보해 얻는 수익을 고려하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아쉽게도 웨이브, 티빙, 왓챠 등 토종 OTT들은 현재로서는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작 드라마의 넷플릭스 독과점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콘텐츠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은 너무 커졌다.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어떤 시장이든 장기간의 독과점 구조는 시장을 왜곡할 소지를 만든다. 또 다른 성공적인 글로벌 콘텐츠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OTT는 넷플릭스만 있는 게 아니다. ‘디즈니+’‘애플TV+’ ‘HBO Max’ ‘아이치이’ ‘Viu’ 등과 협업하는 제작사도 자주 나와야 한다. 유통 플랫폼조차도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모델로 하는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끌어들이기는 거대한 구독경제, 취향산업이 된 문화산업을 활용해 유입인구를 늘리려는 전략이다.

글로벌OTT가 독과점 구조에서 서로 경쟁·견제하는 다각 구도로 바뀌는 것은 한국 창작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질 높은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면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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