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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치료제 개발 ‘진행형’...K바이오가 ‘완성형’ 열매 딸까
치매환자 절반 이상 알츠하이머성 치매
정확한 원인몰라 치료제 개발도 어려워
기존치료제는 증상 지연시키는 역할 뿐
6월승인 ‘아두카누맙’ 효능·부작용 논란
일동제약·젬백스엔카엘 ‘임상 3상’ 눈앞
글로벌업체도 앞다퉈 치료제 개발 매진

매년 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 문제”라며 치매 극복을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치매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제 개발이 아직까지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 환자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치료제 개발은 더디지만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2050년 치매 환자 300만명...절반 이상이 알츠하이머=치매는 뇌의 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 환자의 50~70%가 ‘알츠하이머 치매’이며 혈관성 치매가 17%, 루이체-파킨슨병 치매가 3~4%, 전두엽 치매와 알코올성 치매가 각각 1%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는 뇌 신경세포 바깥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죽이게 된다. 이것이 기억 및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이것이 치료제 개발을 더욱 힘들게 하는 점이다.

이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매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약 83만명(추정)이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813만명)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치매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치매센터에 따르면 오는 2050년이 되면 노인 치매 환자 수가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치매 관리비용도 2020년 17조원에서 2030년에는 30조원을 넘어 2050년이 되면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치매 인구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해 전 세계 치매 인구는 5000만명에서 2050년에는 1억5200만명으로 3배 넘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허가된 치료제 4종, ‘증상 완화’만...18년 만에 나온 신약도 효능 논란=이처럼 치매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완벽히 제압하는 치료제는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허가된 치료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각각 성분명)’ 등 4개 뿐이다. 다만 이들 약물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을 지연시키는 역할만 할 뿐이다.

지난 6월에 나온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도 처음 기대와 달리 효능 및 부작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은 18년 만에 나온 치매 치료제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 다른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근원적으로 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아두카누맙은 승인 후 미국에서만 2주 동안 약 200만 달러(23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학저널(BMJ),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과 같은 유력 학술지에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두카누맙의 효과는 20%대에 머물고 있고 항체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뇌부종과 같은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다. 가격도 한 번 주사(4주 간격)에 400만원 정도여서 많은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못 된다. 이에 FDA는 3상보다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4상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 아두카누맙이 승인됐지만 효능이나 부작용 면에서 봤을 때 완벽한 치료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아직까지 치매 치료제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 개발 매진...스타트 끊는 기업 엄청난 수익 예상=이처럼 아직까지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치매 치료제가 없다 보니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그 가능성을 보고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천연물질로 임상 3상을 승인받고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고 염증 유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해 인지 기능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젬백스엔카엘은 국내 임상 2상을 마치고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휴온스는 신약 개발 기업 아리바이오와 치매 치료제 공동 개발에 들어갔다. 아리바이오는 자체 보유 신약 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을 개발 중인데 지난 8월 글로벌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휴온스는 FDA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한 경험과 글로벌 수준의 생산, 제조 기술 및 설비를 활용해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뇌질환, 치매 파이프라인의 국내외 인허가 및 임상시험 의약품, 제품의 생산과 공급을 맡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아직 스타트를 끊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만큼 어려운 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점하기만 한다면 확실한 존재감과 함께 엄청난 수익이 뒤따라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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