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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기름 나를 운전사 부족 탓 문닫는 주유소 속출…정부 “패닉바잉 자제”
영국 석유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3일(현지시간) 트럭 운전사 부족 때문에 일부 주유소를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BP의 로고가 런던의 한 주유소에 정차해 있는 차량의 유리창에 반사돼 보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영국 경제가 휘발유·전력 공급 위기로 혼란을 겪고 있다. 원인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노동력 부족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 대륙에서 유입하던 근로자가 줄어 경제의 대동맥을 돌릴 엔진이 식어 버렸다. 폐쇄 주유소 속출과 식품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 탓에 소비자가 동요하자 정부는 ‘공황구매(패닉바잉)’ 자제를 호소했다.

블룸버그·로이터 등에 따르면 영국의 석유 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트럭 운전사 부족 때문에 일부 주유소를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BP는 영국 안에 1200개가 넘는 주유소를 갖고 있다. 일주일에 약 700만명이 이 회사 간판을 단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엑손모빌도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에 있는 주유소 200개 가운데 일부가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5파운드(약 2171원)에 달하는 등 급등세다.

노동력 부족은 올해 초부터 영국의 식품 산업도 흔들었다.

테스코는 지난주 정부 측에 트럭 운전사 부족에 대응하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때 패닉바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의 한 슈퍼마켓을 찾은 고객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텅 비어 있다시피한 가공육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가뜩이나 유럽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에너지 분야 등에 충격파를 줬는데 설상가상이었다. 고공행진하는 가스 가격 탓에 비료 제조사인 CF인더스트리는 이산화탄소를 부산물로 만드는 공장 2곳을 지난주 폐쇄했다. 이는 돼지와 닭을 도축할 때 사용하는 이산화탄소 부족을 의미했고, 소비자로선 가금류와 육류를 사는 데 돈을 더 내야 하는 요인이었다. 급기야 정부는 이 비료사에 제한된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소비자 심리 악화를 막으려 진땀을 빼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 측의 제이비 데이비스 대변인은 “우린 매우 탄력있고 강력한 공급망을 갖고 있다”며 “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려는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폴 스컬리 중소기업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패닉바잉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방송 진행자가 인플레이션과 산업활동이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1978~1979년 겨울을 언급하며 영국이 ‘불만의 겨울’로 다시 돌아가는 거냐고 묻자, “1970년대식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올해말 물가상승률이 10년만에 처음으로 일시적으로 4%를 넘을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고 지적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을 풀려면 9만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업계는 본다.

전국농민연합은 존슨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공급망 전반에 걸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비자 시스템도입을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영국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석탄발전에 기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로이터는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이달에 6개의 에너지 공급업체가 문을 닫고, 150만명이 요금 인상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전회사 드랙스그룹이 애초 내년 폐쇄를 계획했던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을 지속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개최하기 한 달 앞둔 상황에서라면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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