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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경색 쓰러진 80대父, 119에 2번 신고했지만 묵살" 靑청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뇌경색으로 쓰러진 80대 남성이 119에 직접 두 차례 구조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가족들은 신고전화의 어눌한 말투에 상황실 직원이 '오인 신고'로 판단, 이를 접수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종합 상황실 직무유기'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80대 노인의 딸이라고 밝힌 A씨는 아버지가 119에 신고를 했지만 접수가 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쳐 뇌경색 진단을 받고 우측 운동신경 손상으로 편마비 증세를 앓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아버지는 지난 6일 밤 충북 충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휴대전화로 11시 18분 119에 스스로 전화해 두 차례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대는 출동하지 않았고 A씨의 아버지는 다음 날 오전 6시45분쯤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이상하다고 했다. 이 전화를 받은 A씨는 아버지 집을 방문해 119에 신고하고 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아빠가 82세로 고령이기는 하나 공공근로도 다니시고 젊은 저보다 체력도 좋으시고 건강하셨다"며 "하루아침에 병원에 누워 기저귀를 차시고 식사도 코에 넣은 줄로 유동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아빠가 신고한 그날 출동만 했더라도 아빠가 지금과 같은 상태는 분명 아닐거라고 본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A씨와 가족들은 아버지가 119에 전화를 걸었던 통화기록을 발견하고 119 측에 당시 상황을 물었다. 확인 결과 같은 번호로 2번의 신고가 들어갔지만 무응답으로 신고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게 119 측 설명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당시의 녹취록을 PDF파일로 받아 확인해보니 실상은 달랐다. 첫 번째 신고는 상황실 직원이 받자마자 끊겨 ‘무응답’ 처리가 맞았지만 10초 뒤 다시 걸려온 두 번째 신고는 33초간 통화가 이어졌고 실제 대화가 녹취록에도 남았다.

A씨가 청원글에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신고자는 어눌한 발음으로 "**동 시비일에 시비"라고 주소를 2번 말했다. 두번째에는 “아이 죽겠다 애 아이 자가만 오실래여 (아이 죽겠다 잠깐만 오실래요)”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A씨는 "녹취본을 보신 시민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냐"며 "일반인인 제가 봐도 응급구조 싸인인데 전문적으로 이 일만 하시는 119 대원분들은 이 전화를 왜 오인신고로 판단을 한 걸까요? 119 신고접수 매뉴얼(언어가 불분명한 노인 등이 신고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접수된 신고는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을 준수하지 않은 점은 내부 자체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건 중대 사안이고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처음엔 무응답신고라며 거짓으로 일관한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을 더는 믿을 수도 없고 내부 자체조사를 한다는 그 말도 믿지를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A씨는 "독거노인 주거 및 의료 저희 아빠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나의 부모님에게도 닥칠 일이라 생각하시고 꼭 청원부탁드린다"고 끝을 맺었다.

해당 청원글은 17일 오전 10시30분 현재 8687명의 동의를 얻었다.

충북소방본부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A씨 민원에 "이유를 막론하고 접수자가 출동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다"며 "(접수직원에 대한) 내부조사로는 한계가 있으니 객관성 입증 차원에서 상급부서인 충청북도소방본부 청문 감사팀에 정식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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