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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반 동안 치밀하게 써온 독서기록 390권...책에서 찾아가는 인생의 새로운 답
“공직생활로 지나치게 강직·깐깐한 성품
주변에 귀 기울이는 습관으로 이끌어”

“나름대로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공직을 수행하다 보니, 그리고 제가 수양이 덜 된 탓에 가족에게도 엄격했던 회한이 남습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이 털어 놓은 공직 생활 당시의 아쉬움이다. 행정고시 수석으로 공직을 시작하며 탁월한 업무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다른 이를 배려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반성이다.

강직하고 깐깐하기만 하던 그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바꿔 놓은 것은 미국 로스쿨 생활과 민간 휴직, 그리고 특히 책이다. 공직을 떠나 보험개발원장을 맡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에 빠져들었다. 이전에도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대부분 업무를 위한 학술서나 로스쿨 교재 뿐이었다. 정말 제대로 책을 읽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은 6년 여 전이다.

그의 독서는 일반적인 책 읽기와는 좀 다르다. 지독할 정도의 정독이다. 어찌보면 연구에 가깝다. 한 단락을 읽고 주요 요지와 흐름을 기록한다. 좋은 문구는 그대로 옮겨 적는다.

“두꺼운 책은 읽고 돌아서면 기억이 안나잖아요. 그래서 틈틈이 기록해두자고 시작했죠. 굉장히 괴로운 작업이에요. 그래도 힘든 만큼 기억에 많이 남죠”

6년 반 동안 쌓인 독서 목록만 390편이다. 매년 약 100여권 꼴이다. 처음엔 공책에 적다가 2년 전부턴 컴퓨터로 타이핑해 클라우드 앱에 저장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다.

“기고문을 쓰거나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 머릿속에서만 아이디어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죠. 좋은 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클라우드 앱에서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 동안 읽은 책들에서 관련된 멋진 글귀를 바로 찾을 수가 있어요. 목적이 있으니 더 많이 읽고, 기록하는 것 같아요. CEO는 어디에서나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이해되더군요”

많이 읽지만 절대 아무 책이나 읽지는 않는다. 좋은 책을 고르는 일에도 치밀하다. 일단 국내 책은 대중서적과 전문서적으로 나눠 접근한다. 대중서적은 주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고르고, 전문서적은 신문에 소개된 책이나 주변에서 추천하는 책을 택한다. 신한금융그룹에서 매월 2권씩 선정하는 책은 빼놓지 않고 정독한다. 외국서적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선정한 책들을 주로 읽는데, 책을 읽다가 저자가 인용한 책으로 ‘가지 치기’를 하기도 한다. 전문서적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나 흐름을 발견하는 데 도움된다고 한다.

최근 재밌게 읽은 책 가운데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줄줄이 목록을 읊었다. 처음 꺼낸 책은 하버드 석학 리베카 헨더슨의 ‘자본주의 대전환’이다. ESG 경영이 비즈니스, 사회 정의 모두에 도움됐다는 내용을 사례로 설명한 책이다. 딱딱한 증권사 리포트보다 훨씬 많은 경영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게 성 사장의 한 줄평이다.

벤 호로위츠가 쓴 ‘하드씽(The Hard Thing)’도 추천했다. 창업가이자 투자자였던 저자가 회사를 생존시키기 위해 겪었던 온갖 악전고투의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는 최근 소설도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접한 책이다.

“예전엔 픽션이라고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 책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이주한 재일동포의 삶을 그렸습니다.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스토리가 감동을 안겨주더군요”

6년간의 모진 독서중독은 성 사장을 적지 않게 변화시켰다. 공직생활 때 스스로는 물론 주변에도 지나치게 엄격했던 성품은 점차 주변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으로 바뀌었다.

“지나친 엄격함은 자기 수양이 덜 됐기 때문이겠죠. 나만의 문제에 천착하여 옆을 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나의 나 됨’을 있게 해 준 주위와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 주위의 여러 분들과 함께 좋은 책들이 동반자죠”

대담=홍길용 금융부장·정리=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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