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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신화를 역사로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외

▶중국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김인희 편, 동북아역사재단)=텐안먼 사건을 역사와 민족 허무주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고대사 만들기 프로젝트 과정을 살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하·상·주 이전의 신화시대를 역사시대로 만드는 데 있다. 삼황오제의 대표적 인물인 염제와 황제 등 신화상의 인물을 역사적 인물을 바꾸는 작업이다. 이는 문헌상의 기록과 유사한 유물이나 유적을 신화와 일치시키는 식으로 이뤄진다.기원전 5500년 경 신석기 중기 유적에서부터 기원전 1900년 경 청동기 초기 유적을 대상으로 흔적 찾기가 진행됐다. 이어 염제와 황제의 각종 조각상과 사당 건립, 대규모 의례 등으로 정착화가 이뤄졌다. 후대인 요임금과 우임금은 주로 역사 허무주의 비판에 동원됐다. 타오쓰 유적과 얼리터우 유적이 두 임금의 실존 증명에 동원됐다. 그러나 이 두 유적 또한 요임금과 우임금의 궁성이라는 자료가 출토되지 않아 증명부재의 상태라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이뤄진 중국 고대사 연구에 따르면, 염제는 문명의 시조이고 황제는 제왕의 시조다. 요임금 시기 ‘중국’ 개념이 처음 등장했고, 우임금 시기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나라가 건립된다. 그러나 고문헌의 기록을 보면, 염제와 황제는 전국시대 기록에 처음 등장하고 요임금은 춘추시기, 우임금은 서주시기 금문에 등장한다. 늦은 시기 문헌에 등장하는 제왕들이 더 이른 시기 역사적 인물이 되는 모순이다. 책은 이를 역사의 과잉이 초래한 오류라며 고대사 만들기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완벽한 생애(조해진 지음, 창비)=2019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조해진의 신작소설. 상처받고 불안한 사람들이 서로 곁을 내주며 위로받고 힘든 시간을 건너는 이야기다. 작가의 여느 소설처럼 주인공들은 흔들린다. 이들은 사랑에 실패하고 직장에서 모욕을 당하고 신념에서 멀어지는 등 자신을 지탱해온 중요한 것들이 무너지면서 방황한다. 그러나 틈을 비집고 나와 낯선 이, 낯선 곳에 닿으면서 조금씩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게 된다. 방송국 작가로 일하다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된 윤주는 일년 만에 전화를 걸어 온 미정으로부터 제주에 놀러오라는 제안을 받고, 제주행을 결심하고 자신의 방을 에어비앤비에 내놓는다. 그런 윤주의 방을 사이트에서 발견한 시징은 윤주에게 사적인 메일을 보내온다. 윤주의 방이 있는 영등포는 홀연히 곁을 떠난 연인 은철의 고향이다. 그곳에 가면 우연이라도 은철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윤주를 제주로 초대한 미정은 제주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가로 살고 있다. 인권법재단에서 일하다 신념에 금이 가면서 제주로 이주, 자신의 신념을 작게나마 지킬 수 있는 일에 매달린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기반이 있던 곳에서 도망치듯 나와 타인의 방에 머물며, 익숙한 일상에선 모른 척 했던 진심을 제대로 마주한다. 작가는 “생애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며, “그 완벽하지 않음은 또 다른 투신과 좌절과 희망으로 다시 완벽으로 나아간다.”며, 다치고 부서지고, 흔들리는 존재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바다음식의 인문학(정혜경 지음,따비)=한국의 음식문화를 꾸준히 재조명해온 정혜경 호서대 교수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한반도 주민들이 주로 먹어온 바다음식들을 살폈다. 한반도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신석기시대의 조개무지는 패류와 어류가 주된 먹거리였음을 보여준다. 그저 먹기만 한 게 아니라 조개 껍데기는 그릇이나 장신구로, 생선뼈는 낚싯바늘 등 생활도구로 가공해 쓰였다. 부족국가시대엔 농경부족이 승리했지만 먹거리에서 바다음식의 중요성은 여전했다. 삼국시대, 고려시대에는 상하기 쉬운 바다음식을 내륙에서도 오랫동안 먹을 수 있게 한 가공법이 발달했다. 말리고 염장하고 젓갈로 담근 어패류는 우리 음식문화의 근간을 이룬다. 영궁 굴비, 대관령 황태, 안동 간고등어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즐기는 바다음식이다. 미식가들은 그때도 게와 전복 새우 등을 최고의 맛으로 여기며 선물을 주고 받았다. 저자는 어류, 연체류, 갑각류, 패류, 해조류로 나눠 이들이 과거에는 어떻게 불렸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조리법은 어떤지 옛날 조리서와 근대조리서를 참조,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특히 상하기 쉽고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야 하는 식재료를 다루는 법, 몸에 좋다는 생선의 성분 등도 꼼꼼하게 챙겼다. 저자는 해양오염과 기후변화, 남획으로 망가지는 바다 생태계를 걱정한다. 60,70년대 동해안에서 많이 잡혔던 생선은 지금 찾아보기 어렵다.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착취하지 않는 전통 어업, 전통 조리법 등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 어업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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