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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이자상환 유예…‘대출’이지만 ‘지원’이라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네이버에서 ‘자영업자’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나오는 단어. ‘재난지원금’, ‘시위’, ‘자살’, ‘대출’… 월세보증금 빼서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을 주고 극단적 선택을 한 맥줏집 사장님이 자영업자의 초상이 돼 버린 시대.

정부는 결국 15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시행한 이후 세번째 연장이다. 7월 말 기준 이같은 지원을 받은 차주의 총 대출잔액은 120조7000억원이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예상했던 조치라는 반응이지만, 금융권 이자 상환 유예 정도는 끝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원금을 갚으라는 것도 아니고 이자를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는 차주의 부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지원 조치가 1년 반 동안 지속되면서 한계 차주가 늘어났을 거라 예상되는 만큼 이를 가려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주장에 토를 달 수 있는 이는 없다.

문제는 그러한 작업이 지금 필요하냐는 것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자영업자들이 빈사 지경에 빠진 지금 밀린 이자까지 내라는 요구는 가혹할 수도 있다. 비 온다며 우산을 씌워 주고서는 정작 더 센 폭우가 쏟아질 때는 뺏는 것과 같은 일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당장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자영업자가 39.4%, 1년 내에 폐업할 것으로 보는 자영업자가 전체의 91.4%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 우려도 내놓지만 빚이나 이자를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미뤄만 놓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이자유예 규모는 2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로 보면 큰 규모라도 보기 어렵다.

물론 부실 차주가 누적되고 있는 점은 상당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조사대상 기업 2520곳 중 39.7%로 1년 전에 비해 4.6%포인트나 늘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이번 지원 연장과 함께 프리워크아웃과 신용회복위원회 적용 대상을 늘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한계차주가 나온다면 공적 기능으로 그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은행들도 부실에 대비해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둔 상태다. 국내은행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6월말 기준 155.1%로 1년 전(121.2%) 보다 크게 높아졌다. 은행들은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도 코로나19로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보다 4조원(58.8%)이나 늘어난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은 사용하지 않으면 추후 다시 이익으로 환입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자영업자들의 희생과 협조가 없었다면 방역상황은 현재보다 훨씬 악화돼 큰 경제적 문제로 이어졌을 것이다.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코로나19 ‘지원’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원은 하나도 희생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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