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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0년 전통 때문에…돌고래 1500마리 ‘떼죽음’
페로제도 ‘그라인다드랍’ 돌고래 사냥 전통
지난주 하루에만 1500여마리 ‘비극의 학살’
시민들 방송·SNS 통해 “끔찍한 사건” 맹비난
페로제도 이스터로이섬 해안가에서 12일(현지시간) 낫돌고래 1428마리가 식용으로 대량 도살됐다. [A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대서양 북부 아이슬란드와 셰틀랜드제도 중간에 있는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 수일 만에 돌고래 1428마리가 도살된 가운데, 700년이 넘게 지속된 페로제도의 사냥 전통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페로제도 이스터로이섬 해안가는 대량 학살된 1428마리의 낫돌고래에서 나온 피로 붉게 물들었다.

칼에 찔린 돌고래가 얕은 해안가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도 발견됐다.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에 따르면 이날 페로제도에서 사냥된 돌고래 수는 역대 최다였다. 1200마리가 잡혔던 지난 1940년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1947년 페로제도에서 돌고래 사냥을 하는 모습. ‘그라인다드랍(Grindadrap)’이라 불리는 이 전통은 700년간 이어져 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라인다드랍(Grindadrap)’이라 불리는 돌고래 사냥은 700년간 이어진 페로제도의 전통 중 하나다.

페로제도 정부 집계에 따르면 해마다 평균 약 600마리의 돌고래가 그라인다드랍을 통해 포획된다.

사냥한 돌고래의 고기는 주민 사이에서 공유돼 마을사람 모두에게 분배된다. 식량 확보뿐만 아니라 페로제도의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는 전통이기에 중요한 문화적 관습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지인조차 이날의 대량 학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페로제도의 한 지역방송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페로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날”이라며 “너무나 끔찍한 학살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페로제도의 올라부르 슈르다르베르그 고래잡이협회장은 BBC를 통해 “이번 돌고래 사냥은 과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페로제도 이스터로이섬 해안가에서 12일(현지시간) 낫돌고래 1428마리가 도살돼 바닷물이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다. [AP]

현지 여론도 돌고래 사냥에 부정적이다. BBC에 따르면 페로제도의 공영 방송국 ‘크링바프 포로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돌고래 사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돌고래 사냥이 합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슈르두르 스칼레 페로제도 하원 의원은 “낫돌고래를 올바른 방식으로 죽인다면 인도적”이라고 말했다. 돌고래의 척수를 자르는 특별한 창을 이용하면 1초 만에 돌고래가 죽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두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며 “돼지와 소를 감금해서 사육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셰퍼드는 “그라인다드랍 전통은 무질서한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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