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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판매·無노조·적정임금 3박자...캐스퍼 ‘파격실험’ 통했다
현대차그룹 사전계약 5위 ‘기염’
2030대 근로자, 변화의 축으로
첨단기술·경제성 등 상품성 호평
현대차 ‘캐스퍼’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현대차 제공]

배기량 1000cc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의 ‘파격 실험’은 온라인 판매와 무(無)노조, 적정 임금으로 요약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사례로, 성공 여부에 따라 다양한 모델의 등장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은 15일 ‘캐스퍼’ 1호차 생산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차량 개발과 판매를 맡은 현대차는 해당 모델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제시했다. 업계는 판매노조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조차 못 했던 기존 판을 뒤엎은 ‘한 수’로 평가된다.

GGM은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상생협의회가 노조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적 생산 35만대가 될 때까지 임금과 복지 수준을 유지하고, 무파업을 지속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완성차 업계에서 일하는 근로자 임금의 40%에 불과하지만, 혁신을 부여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지자체의 역량과 정부의 뜻이 결합한 사례로 꼽힌다.

젊은 감성을 품은 ‘캐스퍼’처럼 GGM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20~30대가 대부분이다. 소수 인원만 경력으로 채우고, 고졸·전문대 졸업자 등을 대거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호봉제와 수당 역시 없다. 시급을 적용해 일한 만큼 월급을 받는다.

이 때문에 GGM의 탄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른바 ‘귀족 노조’로 불리는 노조의 불안감이 투영된 탓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카드를 꺼내며 사업을 방해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논의를 거부하기도 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기존 완성차 업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기존 노조에 위협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대차가 내놓은 첫 경형 SUV라는 점도 ‘캐스퍼’의 인기 요인이 됐다. 실제 ‘캐스퍼’는 현대차가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출시한 1000cc 이하 경차다. 차급은 작지만, 최근 모델답게 다양한 편의·안전사양을 갖추고 1385만원이라는 낮은 진입 장벽을 제시했다.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사전예약이 시작되자마자 홈페이지가 접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날 현대차가 밝힌 ‘캐스퍼’의 사전예약 대수는 1만8940대다. 이는 기아 4세대 쏘렌토(1만8941대)보다 1대 적은 기록이다.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그룹의 사전예약 순위에서 5위에 해당한다. 아이오닉5, EV6, 카니발, K8 등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패밀리 모델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캐스퍼’가 주는 상징성은 크다.

사전예약 첫날 집중된 관심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고 비난했던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차박(車泊)이 가능한 실내 활용성과 귀여운 디자인을 비롯해 취득세 감면 혜택, 공영주차장·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유류세 환급 등 경차 특유의 경제성이 통했다는 평가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3년간 5754억원을 투자해 정규직 일자리 908개(간접 1만1000개)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캐스퍼’가 성공하면 전기차 등 차세대 모델 생산으로 인한 추가적인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종 변경에 따라 최단시간 내에 설비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 생산 시스템도 강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전·편의사양 등 상품성이 충분히 갖춰진 경차를 기다렸던 고객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에 놀랐다”며 “한국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진행한 D2C(고객 직접 판매) 방식으로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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