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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매매방 입실기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외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김수현 지음, 민음사)=900만 게인주식투자자의 시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한가지다. “그래서 요즘 무슨 종목이 좋대?”.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던 저자는 21세기 ‘투자 인류’가 잭팟을 꿈꾸는 매매방을 찾아 그곳에서 만난 개인전업투자자들과의 심층면담을 바탕으로 ‘개미의 생태’를 보고한다. 개미들은 어떻게 돈을 잃어가고 왜 실패에도 투자를 멈추지 못한 채 끝내 실패의 질서에 포섭되는지 인터뷰이의 생생한 경험담과 주식에 대한 각종 통계 자료,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 등을 통해 의문을 풀어나간다. 저자는 우선 초심자의 행운부터 과신과 확증편향 등 실패의 3단계를 인지과학적으로 살핀다. 이어 투자를 할 만한 것으로 재생산하는 사회문화적 구조, 이를 통해 개미 집단이 내면화하고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념과 믿음을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저자가 만난 개인전업투자자 대부분은 대졸 인문계 출신의 중년 남성이다. 매매방은 ‘자기만의 방’으로 기능하고 주식은 비교적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생계 수단으로 파악된다. 저자는 개인투자가 본격화한 사회경제적 역사를 개인의 생애사와 겹쳐 보여주는데, 4060남성 뿐 아니라 최근 급증한 청년주식투자자들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는다. ‘손절매’를 철칙으로 삼는 중년 세대의 투자관과 ‘존버’를 기본으로 하는 청년세대의 투자관에서 비롯된 세대별 인식 차이, 현대인의 꿈인 경제적 자유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도 살폈다.

▶기후붕괴, 지옥문이 열린다(마이클 클레어 지음, 고호관 옮김, 경희대 출판문화원)=2010년 아랍의 반정부 시위운동인 ‘아랍의 봄’은 식량가격 폭등이 원인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상고온으로 밀 수확이 감소해 국내 식량가격이 상승하자 수출을 제한하면서 수입에 의존했던 아랍국들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2015년 ‘시리아 내전’ 역시 그 배경엔 심각한 가뭄이 있다. 시리아 난민유입은 유럽을 혼란에 빠트렸다. 기후변화가 자연재해를 넘어 국가간 갈등, 안보위협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저자는 세계 정부 조직 가운데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가장 빨리 인식한 미 국방부가 안보의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소개하며, 민간단체, 우호국과 협력해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많은 미군 기지가 해수면 상승과 잦은 홍수로 위험해 처해 있으며,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천연가스 채굴을 위한 강대국의 군사 개입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높아진 기온과 강우량의 증가로 모기를 비롯한 곤충 전염병이 늘어나고 온대지방으로 확산하면서 취약한 국가에 대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도 제기한다. 2014년 라이베리아에서 일어난 에볼라 전염병 대응에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실에 주목하며, 높아지는 기온은 앞으로 팬데믹 아웃브레이크를 더 많이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군이 자원이 부족한 미래의 전쟁에 대비, 개발하고 있다는 웨어러블 에너지 수확 시스템이다. 등에 메는 태양광 패널, 걸을 때마다 운동 에너지를 수집하는 무릎 수확기 등이다. 책은 지구온난화가 불러오는 충격적 재해와 변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하미나 지음, 동아시아)=20대 여성의 자살률 증가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실려온 자살 시도자 가운데 20%가 20대 여성으로 4년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지금 20대 여성의 우울증이 극심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현대 의학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여성의 우울증을 역사적으로 살피면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인터뷰를 통해 고스란히 담아낸다. 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질병을 받아들이고 회복해 나가는지, 의학적 자원의 한계를 인지하고 자기 몸의 주인으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치료해 나가는지 들려준다. 당사자들이 추적해 나간 우울의 원인은 가족, 연애, 사회로 대별된다. 저자는 이들이 가부장제의 가족 제도 안에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며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써왔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내몰린 상태에서 당장 필요한 돌봄을 받기 위해 남성 연인을 찾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입고 고립된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한다. 또한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과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관 사이의 균열, 성적인 폭력, 보상이 따르지 않는 사회에서 고립감과 무력감이 그 배경에 있다며, 여성들의 고통을 더 넓은 장에서 논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책에는 당사자들의 저마다의 치료법, 대중적인 약물치료부터 종교, 무속신앙, 정신분석학에 기반한 상담치료 등 다양한 치료 겸험을 전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지 돌아본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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