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들이 경찰팀을 재정비 또는 신설하고 있다. 올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종결권 행사를 할 수 있음은 물론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 범위도 줄었다. 1차적 수사기관으로서 경찰 단계 대응의 중요도가 더욱 커진 것은 물론 향후 많은 기업사건 수사들도 경찰에서 맡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과거 법원이나 검찰인사를 앞두고 유능한 인사들에 대한 물밑 접촉을 가졌던 로펌들이 최근에는 경찰 인사 때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법무법인 광장은 최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장을 지낸 정채민 전 총경을 영입해 경찰팀 확대에 나섰다. 광장은 지난해 경찰청장을 역임한 이성한 고문 등 오랜 경찰 실무 경험을 갖춘 여러 전문가들을 확보했다. 3년전 12명이던 경찰 출신 전문가가 최근에는 1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경찰 출신 변호사들을 지난해 대거 영입했다. 태평양은 지난해만 최현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해, 장우성 전 경찰청 외사국 총경, 황동길 전 경기남부경찰청 시흥경찰서 수사과장을 영입했다. 이어 올해도 수원남부경찰서 수사과 출신의 안무현 변호사 등 3명을 더 충원해 총 10명의 경찰출신 전문가들이 포진해 경찰팀을 구성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도 최근 형사그룹 안에 20여명 규모의 경찰수사대응팀을 발족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김정훈 고문을 필두로, 강남경찰서장을 지낸 이재훈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올해 형사대응팀을 조직 개편하며 경찰수사대응팀을 신설했다. 12명 규모의 화우 경찰수사대응팀은 지난해 8월 영입한 허영범 전 부산경찰청장이 고문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도 지난해 경찰수사대응팀을 새로 만들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팀장 출신 최인석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오래전부터 형사팀에 공을 들여와 팀 구성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진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경찰 출신 변호사 등 전문가만 70~80여명이 포진해 가장 큰 규모의 형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을 비롯해 법무법인 지평과 법무법인 동인 등도 경찰수사대응팀, 디지털포렌식대응팀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여러 경찰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해 경찰단계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세종의 경찰팀장을 맡고 있는 이재훈 변호사는 “경찰 독자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찰단계에서 변호사는 수사관이 자칫 잘못된 선입관을 갖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대형로펌의 경영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도 “그간 경찰 사건은 대형로펌들이 맡기에는 규모가 작아 중요도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경찰에서 많은 기업범죄 수사들도 담당할 것인 만큼 경찰팀 보강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경찰팀 강화를 위한 로펌들의 경찰 출신 영입경쟁은 고위직과 저년차를 가리지 않는다. 한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대부분의 로펌들이 경찰팀을 저년차부터, 중간 허리급, 팀장급까지 채워 세팅을 완료할 때 까지는 한동안 경찰출신 변호사 영입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로펌들 사이에 경찰출신 변호사들의 주가가 높아지자 법조인을 배출하는 각 로스쿨에도 경찰대 출신은 인기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생 중 80명이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 한해 정원이 100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또 다른 파트너 변호사는 “과거만 해도 경찰대 졸업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수사 실무 경험을 쌓은 뒤 로펌에 취업한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경찰대 졸업 이후 로스쿨을 거쳐 곧바로 로펌행을 택하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최근 대형로펌 입사 최고의 학부 스펙은 경찰대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