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가족관계 등 상담원인 다양
전문가 “상담서비스 다양화할 필요”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원 유학 도중 귀국한 A(28·여) 씨는 계획에 없던 취업을 해야 했다. 그러나 회사는 주 4일 야근을 시키면서도 직원의 택시비 지원을 아까워하는 곳이었다. 결막염, 알레르기 염증 등 질환까지 얻은 A씨는 퇴사를 결심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진로 계획이 틀어진 데다 서른 전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 때문에 너무나 마음이 막막해 처음으로 심리상담을 찾았다”고 말했다.
#2. 취업 준비를 3년 넘게 했던 B(27) 씨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소화불량·불면증은 물론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기까지 하자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을 병행했다. B씨는 “더 이상 나를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상담사 선생님이 굉장히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고 고민을 함께 해 주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심리상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지속되는 취업난에 코로나19 상황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 심리상담 경험자들은 정신건강을 챙기려는 청년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공적 심리상담 서비스의 저렴한 비용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도 심리 상담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상담 서비스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터)가 헤럴드경제에 제공한 ‘서울지역 청년층 정신건강 상담 실적’에 따르면 올해 1~7월 청년층(19~38세) 일반상담 건수는 4만4001건으로 2019년 연간 건수 4만481건을 이미 넘어섰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2만9340건)에 비해 50.0%나 많았다.
청년층을 괴롭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로 지목됐다. 센터 관계자는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재난 관련 상담 비중이 0.1%에서 31.8%로 상승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2분기 결과에 따르면 20~30대의 우울 평균 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다. 우울 위험군 비율은 20대와 30대가 각각 24.3%, 22.6%로 각각 13.5%를 기록한 50대·60대의 1.5배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외부 활동 축소 사회적 관계의 단절 등 청년층의 부담이 증가한 점을 그 배경으로 진단했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청년 심리상담 사업 ‘마음잇다’에 참여하고 있는 말하기듣기 심리상담실의 이상 소장은 “강박증, 연애 등 청년들은 다양한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와 공통된 어려움을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바깥 활동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정신 관련 증상을 갖고 계신 분들의 증상이 악화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인이 된 청년들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은 물론 부동산 가격 급증과 심화된 취업난이 가족 간 갈등과 심리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공적 심리상담 서비스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취업준비생들이나 청년 실직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C(30·여) 씨는 거주지 인근 건강지원센터에서 6회차까지는 무료로, 7회차부터는 회당 1만5000원을 내고 추가 상담을 받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했던 C씨는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가 너무 두려웠는데 상담사는 ‘극복해’가 아니라 공감과 함께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을 여러 과정에 걸쳐 설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심리 상담사들의 전문성을 보장하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소장은 “임상심리사나 정신건강전문의와 달리 심리상담사는 민간자격증만 있기에 이용자 측면에서는 어떤 상담실을 믿고 방문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상담서비스 수요가 늘어난다는 건 필요한 상담이 다양해진다는 이야기”라며 “상담사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라이센스 제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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