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벽화 대신 25층 아파트 필요”…7층 규제완화에 창신동 ‘들썩’
낙후 도심 창신동 르포
“규제완화 땐 공급 늘 것” 기대감
개발방식은 ‘민간·LH’ 이견 발생
“공공기획은 민간 재개발일 뿐”
“추가 분담금 여력 없어 LH 선호”
재개발 가시화로 매물잠김 심화

“창신1·2동 30만㎡ 중에서 준주거랑 3종 지역 일부를 빼면 2종 일반주거지역이 거의 60%를 차지한다. 여기서 7층이 아닌 최대 25층까지 올라간다고 해보자. 추가되는 용적률이 200%가 넘는다. 서울 시내의 주택 공급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9월 서울시 공공기획 공모를 추진 중인 재개발추진위 관계자)

“공공기획은 일종의 민간재개발로, 조합장이 생기고 과거의 폐단을 답습할 수 있다. 만약 소송전이 벌어지면 훨씬 더 일정이 길어질지도 모른다. 또 민간으로 하면 조합원 중에 3평, 4평, 5평 이렇게 작은 지분을 가진 사람들은 추가 분담금을 낼 형편이 안 된다.”(정부 공공재개발 지지자)

지난 2일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개발이 시급한, 전형적인 낙후 도심의 모습이었다. 경사가 심한, 좁은 도로에 오토바이가 무질서하게 다녀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미싱사는 “봉제공장끼리 협업하느라고 오토바이가 자재를 싣고 나르는 것”이라면서 “그만큼 공장 하나하나가 영세하다는 것이며 도로가 워낙 좁아 차가 다니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창신동 골목 곳곳에는 전임 시장 때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벽화작업 등이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주민은 “인프라가 개선된 점을 전혀 못 느끼겠다”고 토로했다.

이곳에 사는 한 50대 여성도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 ‘여성안심구역’ 이렇게 쓰여 있는 이유가 뭐겠냐”면서 “밤에 한 번 다녀보라. 그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창신동 주민의 개발 염원은 같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할지를 놓고 갈라져 있었다. 특히 서울시가 내놓은 공공기획에 공모할지를 두고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재개발 활성화 6대 규제 완화 방안’과 관련 이행 준비와 제도 개선을 이달 중 마무리하고 본격 적용된다고 밝혔다.

특히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적용받는 지역의 규제를 9월 말까지 풀겠다고 했다. 이후 25개 재개발지역을 선정해 2만6000호의 신규 공급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공공기획 공모를 준비 중인 강대선 창신동 재개발추진위원장은 “벌써 토지 등 소유자 2800명 중 1000명이 넘는 분이 재개발정비구역 지정 요건 사전 검토 요청 동의서를 쓰고 갔다”면서 “공공기획 1호가 돼야 그만큼 상징성도 있고 탄력을 받기 때문에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서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 추진위원장은 “현재 주민 중 70%가 세입자이고 집주인이 사는 비율은 30% 정도이며 빈집도 상당하다”면서 “봉제공장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3분의 2가량이 임차인이어서 소유주 동의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제안한 공공재개발을 희망하는 집주인도 있었다. 이들은 서울시 공공기획 공모에 부정적이었다. 공공기획은 서울시가 인허가 과정에 걸리는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대폭 줄여주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민간정비사업이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저처럼 4평짜리 빌라 한 채를 가진 사람은 민간재개발을 하면 추가 분담금을 못 내 쫓겨날 수도 있다”면서 “공공재개발을 하면 LH에 아예 맡겨버리는 대신 새 아파트는 무조건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또 재개발 기대감이 고조된 창신동에는 단독주택은 물론 쪽방까지 매물이 쏙 들어간 상태였다.

창신동 A공인 대표는 “여기 장부에서 줄이 그어진 것은 한참 전에 팔린 것이고 지금은 남은 매물이 한두 개뿐”이라면서 “단독주택은 기본 10억원은 있어야 살 수 있고 그 외에도 평당 3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어떻게 해도 재개발은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보면 되기에 당장 이주가 시작될 리 없다”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