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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현실이 된 국민지원금발(發) ‘물가 폭탄’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을 보름가량 앞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한 심경인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폐업을 앞둔 자영업자나 자리가 위태로운 직장인, 구직에 성공하지 못한 청년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명절 준비를 해야 하는 주부 역시 마음이 무겁기는 매 한가지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처럼 추석물가가 너무 올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정부의 선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모처럼 가족이 8인까지 모일 수 있게 됐지만 이런 조치가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최근 물가 흐름을 보면 식료품이나 석유류 등 생필품 위주로 가격 오름세가 거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AI(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가격이 뛴 달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6%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시금치(35.5%)·고춧가루(26.1%)·돼지고기(11%) 등 집밥 재료로 쓰이는 농·축산물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며 고공 행진 중이다.

덕분에 전체 물가지수 상승률도 연중 최고치인 2.6%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째 2%대를 기록한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올해 추석차례상 차림비용(6~7인 가족 기준)으로 대형 마트 구매 시 지난해보다 6% 비싼 28만3616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상승세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6일부터 국민지원금 지급 절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민지원금은 소득하위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제공되는 것으로, 이번에 지원금 명목으로 시중에 풀리는 자금은 자그만치 11조원이나 된다.

물론 정부는 국민지원금 사용처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해외 프랜차이즈 등을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지원금 지급 목적이 소비부양인 만큼 추석 전후로 지출이 몰릴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명절 때는 수요 압력이 커져 물가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이 촉매제가 돼 물가를 지금보다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늘 그래 왔지만 고(高)물가는 서민가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률만큼 월급이 당장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지출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터라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처분소득이 급감하면서 생활은 더욱 궁핍해질 수 있다.

국민지원금이 당장 서민의 추석 호주머니 사정을 여유롭게 해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결국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올해 말 오히려 서민 생활을 궁색하게 할 수도 있다. 이미 지급을 결정한 국민지원금은 무를 수 없다고 해도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안정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뼈아프다. 국민지원금이 대선 정국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폄하되지 않으려면 지원금 지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이와 관련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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