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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희라의 현장에서] 오너리스크의 덫...피해는 주주·직원 몫

‘오너리스크’라는 말이 몇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부쩍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7월 열린 새말모임에서 ‘오너리스크’를 ‘경영주발 악재’라는 말로 다듬었다.

요즘 오너리스크로 가장 떠들썩한 곳은 단연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 주가는 불과 두달 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불가리스 사태’를 책임지고 총수 일가가 국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고 물러나기로 하자 5월에 81만원까지 폭등했다가 이를 철회하자 40만원대로 폭락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너가 회사의 최대 리스크였던 셈이다.

한때 강력한 리더십이 ‘오너프리미엄’으로 작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너 경영인의 가장 큰 장점은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고 장기적인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면 전문경영인은 단기 실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을 보면 오너가 리스크인 곳이 더 많다. 어떤 오너는 본인이 좋아하는 사업 아이템에 거침없이 투자해 경영수익을 떨어뜨린다. 일명 ‘취미활동형 사업가’다. 어떤 오너는 옳지 않은 타이밍에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과욕형 사업가’다.

SNS가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오너리스크는 과거보다 기업에 더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너리스크가 곧바로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홍두영 창업주가 1964년 설립한 이래 ‘우량아 선발대회’로 히트를 치고, ‘아인슈타인 분유’ 등으로 소비자에게 호감도가 높은 기업이었다. 시가총액도 한때 매일유업의 3배를 넘는 잘나가는 회사였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한 번의 신뢰 추락도 치명적인데 이후에도 근거 없는 경쟁사 비방 등 도덕적 해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남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냉랭한 시선은 거의 10년이 됐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을 인수한다고 했을때 사모펀드에 회사가 넘어간다는 부정적 인식보다 경영 쇄신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홍원식 회장은 매각 철회 이유를 상대방인 한앰컴퍼니의 계약이행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 일가가 갑자기 무리한 선결조건을 내세워 파행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법정 싸움이 장기화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이들은 주주들과 대리점주, 직원들이다. 이미 직원들은 오너의 오판과 실기로 임금 동결과 식비·업무추진비 등 비용 삭감을 감내하고 있다. 사태 여파가 남양유업 영업 현장까지 퍼지면서 남양유업 대리점들의 매출 하락까지 위협하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이번 남양유업 사태를 보며 잘 만든 제품·마케팅이 아니라 오너의 도덕성과 역량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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